[스포츠 지원도 사회공헌] 金·金·金 뒤엔…기업 '통큰 지원' 있었다
입력
수정
런던올림픽 잇단 '금빛 낭보'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메달을 쏟아내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함께 기뻐하고 ‘하나가 된 대한민국’을 실감하고 있다. 스포츠가 국민의 열정을 모으고 화합을 이뤄내는 훌륭한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10대 그룹, 스포츠에 4276억, 비인기 종목 육성에 큰 힘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 되기까지 선수들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기업들이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지난해 스포츠 관련 지원액은 4276억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 예산(8403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이 중 1325억원은 아마추어 비인기종목 육성에 투입됐다. 기업들의 스포츠 후원은 회사를 알리는 마케팅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에 화합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사회공헌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삼성, 배드민턴 등 5개 종목 팀 운영
삼성은 올림픽에 출전한 5개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라톤,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종목을 후원 중이다.
남자 배드민턴 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이용대 선수와 정재성 선수는 삼성전기 배드민턴단 소속으로 대리 직급이다.1983년 창단된 삼성생명 레슬링단 김현우 선수는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건희 회장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아 비인기종목인 레슬링을 효자종목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 회장은 1996년 IOC 위원이 됐다.
태권도 67㎏급에 출전한 이인종 선수는 에스원이 후원하고 있다. 삼성은 테니스단(삼성증권)과 럭비단(삼성중공업)도 운영하며 비인기종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7년째 양궁 후원하는 현대차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낸 ‘효자 종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7년째 양궁 종목을 후원하고 있다. 양궁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난 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달려가 부둥켜 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에서 시작해 정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있는 현대차의 양궁 사랑은 한국이 정상 자리를 고수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정 회장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사기를 진작하기도 했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 때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해준 얘기는 유명하다. 이번 올림픽 때 선수촌에서 양궁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까지 이동시간이 길자 양궁장 근처 특급호텔에 선수들의 숙소를 마련해줬다.
○SK, 비인기 종목을 ‘메달밭’으로SK는 펜싱, 핸드볼 등 국내 비인기 종목을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만든 숨은 공신이다. SK가 적극 후원 중인 한국 여자 핸드볼팀은 세계 최정상팀을 연달아 격파했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핸드볼협회를 맡자마자 ‘2020년까지 핸드볼을 국내 3대 인기스포츠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한 뒤 물심양면으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엔 434억원을 들여 핸드볼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용 경기장을 마련했다. 핸드볼 발전재단을 만들어 70억원의 기금을 적립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박태환 수영 선수 전담팀을 만들어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 영양상태,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원하는 펜싱은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유럽의 전유물인줄만 알았던 펜싱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땄다.
○한화·KT·포스코도 ‘메달 행렬’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통큰’ 지원도 돋보인다. 사격 선수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사격 종목 참가국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 회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강초현 선수가 실업팀을 찾지 못하자 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하며 사격 종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2년 6월부터 김정 한화그룹 고문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80억여원의 사격발전 기금을 지원했다.
자사 직원인 진종오 선수가 사격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금메달로 한국 선수로는 처음 하계올림픽 개인종목 2연패를 달성하자 KT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총기 회사 스테이어 스포츠를 통해 진종오 선수에게 세계에서 하나뿐인 한정판 권총을 만들어 줬다.
양학선 선수가 체조 도마 종목에서 52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따자 27년간 한국 체조 지원을 해왔던 포스코그룹의 사회공헌 스토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자청한 이후 지원금이 총 130억원에 달한다. 2006년부터는 체조협회 지원금을 연간 7억원으로 늘려 체조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탁구단을 창단하는 등 국내 스포츠 발전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