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세제 - 新재테크 전략] 즉시연금 등 한시 비과세 상품에 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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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정부가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더 매기는 쪽으로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재테크 환경이 확 달라졌다. 보통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소유자를 일컫는 ‘슈퍼리치’는 물론 은퇴생활자들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처지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의 프라이빗센터(PB)엔 9일 재테크 재설계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종일 쏟아졌다.
금융 자산 최대한 분산…종합과세 대상금액 줄여야
◆전문가들 “종합과세 가급적 피해야”전문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내년부터 3000만원으로 낮춰지는 만큼 자산을 최대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고 있어 예·적금만으로 재테크 계획을 짜선 답이 안 나온다”며 “이자나 배당소득이 많다면 금융자산을 최대한 가족에 분산해 종합과세 대상액을 낮추라”고 주문했다. 개정 세법에서도 부부간에는 6억원, 자녀에게는 3000만원까지 증여할 때 세금이 붙지 않는다.
개편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그 이전에 비과세 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저축성보험이나 즉시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브라질 채권 등 분리과세가 가능한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말했다. 김기홍 대한생명 강남FA센터장은 “요즘엔 미성년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가 워낙 면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사전증여 등 합법적으로 절세하는 방법을 강구할 때”라고 전했다.
◆연내 즉시연금 가입하면 비과세요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상품은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 중인 즉시연금이다. 연내 가입하기만 하면 평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즉시연금의 종류는 세 가지다. 일정 기간 원리금을 나눠받는 ‘확정형’, 매달 이자만 받다 사망 때 원금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 사망 때까지 연금을 수령하는 ‘종신형’ 등이다. 이 중 확정형과 상속형 가입자는 내년부터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신형 계약자(만 55세 이상 조건)도 5.5%의 연금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만약 20년짜리 확정형 즉시연금(적용금리 연 4.6% 가정)에 2억원을 넣을 경우 연내 계약하면 매달 약 122만원씩 받지만 내년에 맡기면 103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즉시연금의 경우 적용금리가 당장은 높지만, 추후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금융계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1개월 단위로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구조”라며 “고금리로 계약을 유치한 보험사들이 1~2년 후부터 역마진을 이유로 금리를 대폭 낮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험사들 “비과세 계속 유지해야”보험회사들은 세법 개정안이 은퇴자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실수익률이 떨어져 가입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중도해지가 아예 안 되거나 해지 땐 불이익이 큰 초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부자들의 세금회피 수단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부 그런 행태가 있더라도 2억~3억원 등 일정 기준을 초과해 가입할 때만 과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시연금이 중산층의 은퇴생활을 돕는 금융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조치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A사가 2007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판매한 즉시연금(3949건)을 분석해보면 1억원 이하가 전체의 62.6%(2472건)를 차지한다. 1억~3억원은 985건으로 25%다. 전체의 87.6%가 3억원 이하라는 얘기다. 10억원 넘게 즉시연금에 넣은 경우는 0.7%(29건)에 불과하다. ■ 즉시연금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한 뒤 그 다음달 또는 일정 거치기간 후 정기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의 보험상품. 수수료는 총액의 4~7%로 대개 가입 첫 달에만 낸다. 적용금리는 현재 연 4.5~4.9% 선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