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개발에…용인 쥬네브 5년째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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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상권에 코엑스 2배 상가9일 찾은 경기 용인 동백지구 내 복합쇼핑몰 ‘쥬네브’.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동백지구의 핵심 업무·상업기능을 담당할 ‘랜드마크’ 건설을 목표로 4000억원 정도를 들여 개발했지만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점포는 드물었다. 밤이면 을씨년스러운 ‘유령타운’으로 바뀐다는 게 주변 주민의 설명이다.
4천억 들였지만 '유령상가' 전락
80조 공모형 PF 사업 30곳 표류
◆설익은 개발계획에 망가진 쥬네브LH와 민간기업들이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방식으로 3992억원을 들여 개발한 쥬네브는 썬월드(A동)·문월드(B동)·스타월드(C동) 등 3개동으로 이뤄진 복합상업시설이다. 완공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상가 분양률은 저조하다. 쥬네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썬월드 분양률은 98%로 높은 편이나 문월드와 스타월드의 분양률은 43%에 그친다. 상가 분양의 막차를 탄 투자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쥬네브는 상가 미분양으로 1000억원에 이르는 토지비를 갚지 못해 지난해 2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쌓인 누적적자는 800억원으로 불어났다.
분양된 점포들도 절반 이상 비어 있다.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영화관과 대형마트가 입점한 썬월드는 절반가량이 문을 열었지만 문월드와 스타월드는 문을 연 가게가 5~6곳뿐이어서 공실률을 언급하는 것조차 우습다”며 “인근 주민들은 멀리 분당 죽전 수지 등 인접 지역으로 쇼핑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상가 전문가들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개발 계획을 상권 활성화 실패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동백지구라는 지역 밀착형 포켓(주머니) 상권에 동대문 테마상가 형태의 광역 상업시설을 넣은 것부터 무리수였다는 얘기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쥬네브의 연면적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11만9000㎡)의 두 배에 가까운 21만2446㎡”라며 “주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규모와 고분양가, 시장 침체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쥬네브를 살리는 길은 상가 활성화밖에 없다. LH 관계자는 “앞으로 2~3년간 상가를 임대로 놓은 뒤 활성화되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표류하는 공모형 PF 사업
현재 추진되고 있는 30여개, 80조원 규모의 공모형 PF사업도 쥬네브의 전철을 따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암동DMC 랜드마크 등 공모형 PF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했다가는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끼었을 때 땅을 너무 비싸게 주고 매입한 데다 상업·업무시설도 과잉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해 민간 참여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한 채 사업 규모나 사업 내용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올초 공모형 PF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전국 30여개 프로젝트를 조정 대상으로 삼아 정상화 작업을 추진했지만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남양주 별내 ‘메가볼시티’뿐이다. 발주처와 참여업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루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PF사업 담당 임원은 “발주처와 시각 차이가 너무 커 협상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진수/이현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