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 줄고 수출 활기…소비는 아직 '썰렁'

미국 경제에 청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2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고용과 무역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지표가 나왔다.

미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7월29일~8월4일) 새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전주에 비해 6000명 줄어든 3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37만명)보다 적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해고가 줄면서 고용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한동안 37만5000명을 밑돌고 있는 것은 앞으로 실업률 하락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함 브랜홀즈 유니크레디트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개선됨에 따라 앞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같은 날 6월 무역적자가 429억달러로 전월보다 10.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 12월 이후 가장 작은 적자 규모다. 수입 원유 가격 하락이 무역적자 감소의 주된 배경이다. 무역적자 감소에 힘입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잠정치 1.5%에서 1.8%로 수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수출도 0.9% 증가한 1850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나로프경제연구소의 조엘 나로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늘어나는 한 경제는 완만한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며 “유럽의 위기와 아시아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8일에는 2분기 주택 가격이 1분기보다 6% 급등했다는 소식과 함께 모기지업체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실적이 호전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유럽 위기와 ‘재정벼랑(fiscal cliff·미국에서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이 함께 진행되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이란 불안요인이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이 11월 대선 전에 재정벼랑을 막을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재정벼랑 위협은 하반기 미국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