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EBS효과·지하철…서울 상권 뒤흔드는 '3대 파워'

[수도권 상권 지각변동]

明 - 中관광객이 이대·명동 '활황' 이끌어…분당선 개통 임박 압구정 상권 '부활'
暗 - 중계·대치는 '물수능' 여파에 위축…종로 노후상가, 경기침체 '직격탄'
서울·수도권 상권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왕성한 구매력을 과시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쉬워진 수능, 황금노선 전철 개통 등이다. 유커의 파워는 죽어가던 서울 이대 상권을 살려놓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전철 개통은 ‘영원한 호재’라는 평가에 걸맞게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쉬워진 수능과 고교 선택제는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대규모 학원가 상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유커’ 덕에 광역 상권 부활2000년대 중반 이후 홍대 상권에 밀려 쇠퇴했던 ‘패션의 거리’ 이대 상권은 2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이대 상권 상가의 임대료와 보증금이 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중국인들 사이에 ‘이대 정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확산되고, 한국 여대생들이 즐겨 찾는 독특한 옷과 액세서리를 이곳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게 크게 작용했다.

중국인들의 ‘구매 1순위’인 화장품을 파는 매장이 앞다퉈 들어서고 관광코스로 이곳을 포함시키는 여행사가 늘어나면서 이대 상권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욱 많아졌다. 신촌역 앞 공영 주차장에는 하루 평균 40~50대의 관광버스가 오간다. 매일 1000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셈이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 이대점의 정성희 부점장은 “전체 고객 중 절반가량이 중국인들로 100만원 이상 대량 구매하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살린 상권의 ‘원조’는 동대문이다. 전창수 두타 홍보팀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겪던 동대문 패션타운 일부가 2009년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크게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이라고 설명했다. 명동 상권에서 올 들어 불어닥친 전반적인 소비 불황에도 매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는 것도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관계자는 “올 들어 전체의 70~80%를 차지하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30%대”라며 “2010년 10~15%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위력 여전한 지하철 개통 호재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강남 상권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신사동 가로수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양아파트 사거리 로얄부동산 관계자는 “3호선 압구정역에서 로데오까지는 20분 가까이 걸어와야 해서 유동인구가 늘지 못했다”며 “상가 임대료마저 지나치게 오르는 바람에 신사동 가로수길로 상권의 중심이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당선 연장구간(선릉~왕십리) 개통이 10월로 다가오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부활하고 있다. 로데오거리 메인 도로와 이면도로 변엔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는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로변 건물은 대기업 계열 패션 브랜드(SPA)와 화장품 업체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점을 노리는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이 두 배 이상의 임대료를 제시하며 건물주에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면도로변의 죽은 상권도 살아날 조짐이다. 갤러리아백화점과 학동사거리 사이 이면도로변에는 주로 식음료업체와 중소 유통 브랜드들이 들어서고 있다. 현대공인 관계자는 “올해 2~3월부터 이면도로 빈 상가에 임차인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라앉는 학원·도심 상권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과 중계동 은행사거리 주변은 EBS 연계 및 ‘물 수능’ 여파로 상권 위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원비를 규제하면서 학원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학원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대치동 H부동산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호황을 누리던 대형 입시학원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어학원들까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여서 은마아파트 쪽 학원 자리는 권리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는 건물들도 많다. P부동산 관계자는 “학원이 빠진 자리를 메워줄 업종이 없다”며 “학원 건물 임대 상담 문의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도 마찬가지다. 수강생이 줄어들어 학원의 권리금이 사라지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점포도 생기고 있다. 은행사거리 주변 A공인 관계자는 “학원이 있던 건물마다 임차인을 구한다는 푯말이 붙어 있다”며 “당분간 학원 상권을 대체할 업종이 없어 공황 상태”라고 전했다. 전통 도심 상권인 종로와 서울국제금융센터(IFC) 몰 개장을 앞둔 여의도 상권도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개인 영세업자가 밀집한 곳이어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도심 상권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임대료가 조금 내렸고, 여의도와 영등포도 대규모 쇼핑몰 개점을 앞두고 소비 분산 가능성이 생기면서 임대료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김진수/민지혜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