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우생순' 사력 다했지만…노르웨이에 또 막혀 결승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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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배구, 일본과 동메달 대결“내가 뛰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발이 안 나가더라고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우생순’ 멤버인 우선희(34)는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 28-29로 1점차 패배를 안겨준 노르웨이에 설욕을 다짐했으나 몸이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적지 않은 나이에 조별리그와 8강전까지 6경기를 연속으로 교체 없이 60분씩 출전하느라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대신 뛰어줄 선수도 없었다. 전반 10분께 손목을 심하게 다친 심해인(25)이 강재원 감독에게 “나가서 수비라도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난 선수를 교체해줄 여력조차 없었다.
한국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내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에 25-31로 졌다. 조별리그에서는 노르웨이와 27-27로 팽팽한 승부를 벌였지만 부상과 그에 따른 체력 저하가 실력차로 드러났다. 강 감독은 준결승전에 패한 뒤 “지금부터 인상쓰고 우는 선수는 비행기 태워서 집에 보내버린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울면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아직 순진해서 그렇다”며 “아직 한 경기 남았기 때문에 오늘은 졌지만 빨리 잊고 정비를 해야 한다. 올림픽에서 3위와 4위는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2일 오전 1시에 스페인과 동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을 31-27로 물리쳤던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은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세계 최강 미국에 0-3으로 패한 한국 여자 배구팀은 일본과 3~4위전을 갖는다. ‘운명의 한·일전’이라는 의미에 더해 1976년 몬트리올대회의 ‘리턴 매치’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1976년 몬트리올대회에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할 당시 일본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났지만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