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태 "증시, 작은 호재에도 반등 많이 일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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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 듣는다] 오석태 한국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페인·이탈리아 위기…2~3년 지나면 안정될 것
유럽에 과민반응 말아야 중국이 오히려 더 문제
부동산 떨어질 가능성 커 6개월내 LTV 완화될수도
해외투자 나설 생각이라면 달러예금 넣는 것도 좋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오석태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국내 투자들이 유럽 금융위기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 같다는 말로 인터뷰를 풀어나갔다. 유럽이 쉽게 회복세를 타지는 못하겠지만 더 이상 악화된다고 예상하기도 쉽지 않으니 이런 상황을 고정변수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 상무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2~3년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될 것이고 두 나라 문제만 정리되면 그리스도 별 탈 없이 넘길 수 있다”며 “유럽 상황을 너무 과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럽은 아예 머리 속에서 잊어도 될 정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 상무는 “유럽 금융위기는 ‘지지부진하겠지만 이미 나와 있는 유럽 위기 대응 로드맵대로 위기가 마무리되고 결국 나아진다’ 같은 고정변수로 놓고 생각해도 된다”고 말했다.다만,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상무는 “중국이 문제”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중국이 좋아져야 하는데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며 “시장의 기대가 낮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지거나 적어도 나빠지지만 않아도 되는데 좋지 않은 숫자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중국의 산업생산이 제자리로 나왔는데 ‘엑셀’을 밟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다”며 “중국이 엑셀을 조그만 더 밟아주면 호황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꽤 괜찮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상무는 국내 주식시장을 전망하면서 조그마한 호재에도 반등이 많이 일어날 시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지금까지 시장이 기대수준을 낮춰왔기 때문에 큰 호재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상승압력을 받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승기조가 뚜렷한 것도 아닌 데다 작은 호재들은 시장을 지탱할 수도 없어 주가가 계속 상승하거나 한번 오른 주가가 유지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 상무는 주식시장을 긍정적인 투자처로 평가했다. 그나마 재테크에서 가장 유리한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절대 수익률을 보자면 좋은 평가를 내놓기 어렵겠지만 채권시장을 보면 주식시장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다’ 할 때 사서 갖고 있는 것은 여전히 좋은 전략”이라며 “주변 지인이 물어오면 그래도 주식을 사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오 상무는 “아직 바닥이 오지 않았다”며 “시장이 확 망가져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확신이 없어 매수세가 따라 붙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떨이세일’ 같은 장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 장기 침체나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는 벌어지지 않겠지만 바닥을 확인하고 시장에 들어오려는 대기 수요만 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이 너무 많이 이뤄진 것도 상승장을 막는 걸림돌이다.
그러면서 오 상무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완화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주택시장이 침체됐다”며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어 이르면 6개월 안에도 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너무 변수가 많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오 상무는 전문가들도 분석하기 어려운 각종 변수를 일반인이 계산해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은 해외 매출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내의 아는 기업에 투자해도 충분히 해외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혹시나 해서 해외 펀드에 들어가봐도 역시나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환리스크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해외 투자에 나설 생각이라면 단순히 달러예금을 얼마쯤 넣어두는 것이 괜찮다고 조언했다.금리 전망은 한국은행이 지난주 금리를 동결하면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내놓은 발언을 강조했다. 경기 하강 위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코멘트다. 오 상무는 “올해 안에 한두 차례 더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9월과 11월에 한 차례 더 떨어져 연말에는 2.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