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때문에…정수기업계 즐거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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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 구매·임대문의 쇄도…水처리·황토분말 업체도 생산량 확대 등 분주정수기업체 콜센터 직원들은 요즘 쉴틈이 없다. 정수기 구매 및 임대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업체별로 하루 평균 20~30%가량 문의가 늘었다.
정수기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한강 낙동강 북한강 등에 나타나고 있는 ‘녹조 현상’ 때문이다. 정부는 ‘수돗물을 끓여 마시면 안전하다’고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식수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정수기를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LG전자,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정수 기능’을 부각시켜 정수기 판매량을 더욱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수기 판매·관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수 방식에 대한 교육을 새롭게 실시키로 했다.
LG전자 측은 “기존엔 디자인, 가격 등의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엔 정수 방식이나 수조 소재 등 정수기의 기본적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며 “이에 대한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녹조 현상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는 곳은 정수기 업계뿐만이 아니다. 수처리 전문업체, 황토분말 제조업체들도 잇따른 문의에 생산량을 늘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대표적인 수처리 업체로는 녹조방지용 태양열 물 순환장치를 생산하는 ‘에코코’가 있다. 이 회사는 한국환경공단 등 공공기관이 많은 문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열 물 순환장치는 태양열모듈로 동력을 만든 뒤 하천 깊은 곳에 있는 심층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심층수와 섞인 표층수는 온도가 낮아지고 이 때문에 녹조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에코코 측은 “최근 녹조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2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토분말 제조업체들은 최근 추가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녹조 제거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 황토분말 살포이기 때문이다. 황토현은 최근 밀양댐과 안동댐 사무소 관계자로부터 황토 가격과 납품 가능한 재고량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다. 황토현 측은 “여느 때와 달리 납품가능 기한을 묻는 등 구체적인 문의가 많아져 추가 주문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삼정바이오텍은 지난 10일 대전정부청사를 방문해 제품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안명수 삼정바이오텍 사장은 “공공기관이 살조제나 활성탄 같은 인공화학 물질을 뿌리는 대신 황토분말을 많이 찾고 있다”며 “녹조 현상이 보다 심각해질 경우 정부 측이 주문을 더욱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경/은정진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