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을 기억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의 땀과 눈물…메달보다 값진 선물입니다

태극전사 '아름다운 도전'

장미란·황희태 '부상투혼'…'우생순' 2차 연장 끝 4위
조호성, 은퇴후 다시 도전…박칠성, 경보 한국新에도 13위
환희와 눈물의 드라마가 펼쳐졌던 2012 런던올림픽이 13일 오전(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년간 땀흘려온 22개 종목 374명 선수들의 도전정신과 투혼만큼은 모두 금메달 감. 비록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국민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으며 ‘아름다운 도전’을 보여줬던 런던의 태극전사들을 소개한다.

◆역도-바벨에 뜨거운 키스…장미란여자 역도 최중량급 경기에서 4위에 머문 ‘살아있는 역도의 전설’ 장미란(29·고양시청)의 도전은 가장 진한 감동을 남겼다. 지난 10년간 세계 여자역도 최중량급 최강자로 군림했던 그는 1998년 이후 4차례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010년 1월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팔, 허리, 골반 등 온몸이 성치 않은 상태에서 훈련을 해온 장미란은 어떤 핑계도 변명도 대지 않았다. 경기 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경기 후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경기 후 바벨을 어루만지며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애써 밝은 모습으로 퇴장하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유도-붕대 투혼 보여준 맏형 황희태붕대 투혼을 보여준 한국 남자 유도 대표팀의 ‘맏형’ 황희태(34·수원시청)의 마지막 도전도 긴 여운을 남겼다. 황희태는 남자 유도 100㎏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헨크 그롤(네덜란드)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16강전 도중 다친 이마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리는 상황에서도 황희태는 동메달 결정전까지 4경기에서 투혼을 보여줬지만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다.

황희태는 올해 우리 나이로 35살이다. 황희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두 체급을 석권했으나 올림픽과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끝이라는 건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다”면서 “관중의 환호성도 무대에 오를 때의 긴장감도 끝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아쉽다”고 털어놨다.

◆사이클-희망의 페달 굴린 조호성‘spero spera(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를 오른 손날에 새기고 페달을 밟던 경륜의 황제 조호성(38·서울시청)은 남자 사이클 옴니엄 6종목 순위 합계 60점을 기록해 18명 중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성적은 아쉬웠지만 도전은 아름다웠다. 안정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그가 불혹을 앞둔 나이에 올림픽 무대에 도전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뒤 경륜으로 전환한 조호성은 2005년부터 4년 연속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다. 47연승의 대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포인트 레이스에서 막판 역전을 당해 4위를 차지했던 아픈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2008년 말 아마추어로 복귀해 올림픽 무대를 또 다시 꿈꿨다. 조호성은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터득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사이클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경보-한국 신기록 세운 박칠성인간 한계라고 불리는 육상 남자 50㎞ 경보에서 박칠성(30·삼성전자)은 3시간45분55초로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고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7위를 차지할 때 그가 작성한 종전 기록(3시간47분13초)을 1분18초 앞당긴 기록. 박칠성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육상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육상은 이번 대회에 17명이 참가했지만 트랙과 필드에서 예선을 통과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핸드볼-1초의 눈물 흘린 우생순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 여자핸드볼은 런던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또다시 ‘1초의 눈물’을 흘렸다. 3명의 부상자로 인해 교체 선수도 없이 10명만으로 싸워온 이들은 결국 2차 연장전 끝에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3-4위 결정전에서 24-24 동점 상황에서 종료 4초 전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속공에서 조효비가 골을 성공시켰으나 시간이 지났다며 노골을 선언했다. 1초만 더 있었다면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아쉬운 경기였다. 메달은 놓쳤지만 투혼만큼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여자 배구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패했지만 연달아 강호들을 제압하며 4강에 올라 찬사를 받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