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부양가족 있는 빈곤층, 기초생활보장 받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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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소득·재산기준 완화내년부터 집이나 부양가족이 있는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을 받기가 더 쉬워진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을 판정할 때 적용하는 신청자의 소득 기준과 부양가족의 재산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기초수급자 선정 기준 완화 방안’을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해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재산 기본공제액 확대
정부는 우선 기초생활보장 신청자의 주거용 주택에 대한 소득환산율을 4.17%에서 1.04%로 낮출 계획이다. 실제 소득이 거의 없는데도 보유주택 때문에 기초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는 극빈층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행 제도는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의 소득환산율)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면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소득인정액을 현행 기준보다 낮춰주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또 부모 자녀 사위 며느리 등 부양가족의 재산인정액을 산정할 때 차감하는 기본공제액도 높이기로 했다. 대도시는 1억3300만원에서 2억원, 중소도시는 1억85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농·어촌은 1억15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양가족의 재산인정액이 줄어들게 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초수급자에 포함될 수 있다. 부양가족의 재산인정액은 주택·금융재산·자동차 등의 재산가액에서 기본공제액과 부채를 뺀 뒤 4.17%의 소득환산율을 곱해서 산정한다. 현재 기초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서 부양가족이 없거나 부양가족의 부양능력이 낮아야 한다.
◆부양가족 기준은 현행대로
정부는 주택의 소득환산율 조정으로 1만명, 부양가족의 재산 기준 완화로 2만명 등 연간 3만명가량이 추가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초수급자는 주거비 생계비 의료비 등으로 월평균 50만8000원 상당의 혜택을 받고 있다.정부가 기초수급자 확대에 나선 것은 2010년부터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가동 이후 부적격 수급자 감소 등으로 기초수급 대상자가 줄어든 만큼 이에 따른 예산 절약분을 신규 기초수급자 지원에 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초수급자 수는 2010년 말 155만명에서 지난 7월 말 142만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그러나 최근 경남 거제시에서 70대 할머니가 기초수급자 탈락을 비관해 자살한 것을 계기로 일부에서 부양가족 기준 폐지나 부양가족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가족이 있는데도 국가가 전적으로 부양 책임을 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소득환산율기초수급자 선정을 위해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 주택의 경우 현재 4.17%다. 서울에 있는 1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기본공제액(5400만원)을 뺀 4600만원에 4.17%의 소득환산율을 적용해 한 달에 약 192만원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