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이 멈춘 나라, 벌써 下山해야 하나

덜 자란 상태에서 성장이 멈추는 것을 안정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조로화(早老化)일 뿐이다. 그래프에서 보듯 지난 20년간 성장률은 급전직하로 떨어져 왔다. 다음 정권에선 3% 성장도 버거울 것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성장’을 금기어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대선 모드로 진입하는 와중에 이제는 경제가 멈춰설 지경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3분기 0.1~0.2%에 그치고 내수부양이 없다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BoA메릴린치는 최악의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1.8%로 추락할 것으로 점쳤다. 이는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기비 제로(0%) 성장은 경제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원인은 내수에다 수출마저 부진한 데 있다. 하지만 심리적 제도적 요인이 더 크다. 요즘 같은 정치·사회적 기류라면 성장률이 높아지는 게 되레 이상할 정도다. 정부조차 상생, 동반성장 실적내기에 급급하느라 성장을 언급하지 않은 지 오래다. 정치권은 소위 경제민주화 허울 아래 기업활동을 범죄시하고 기업인을 못 잡아넣어 안달이다. 제출하는 법안마다 규제의 경매장을 방불케 한다. 사업을 확장할 기업인이 있다면 오히려 제 정신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저성장이 한두 해 지나면 해소될 수준이 결코 아니란 점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과 고령화의 폭풍이 엄습하고 있다. 당장 30~40대 핵심 생산가능 인구는 해마다 1%나 줄고 있다. 6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어 8년 뒤면 20%를 넘는다.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할 고령층은 늘어난다. 일자리도 복지도 가계빚도 나라재정도 나빠질 여지만 남았다. 저성장의 구조화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미리 보여준 한국 경제다. 근검절약하고 빚부터 줄이자. 불황을 견뎌내는 각자도생을 준비할 때다. 어금니를 깨물고 하산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