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美 코닝에 520억 추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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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코닝이 배당하며 규정보다 적게 원천징수"국세청이 유리 및 세라믹 소재 전문회사인 미국 코닝에 5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와 합작한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매년 1조원 안팎의 배당금을 가져가면서 세금을 적게 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닝은 ‘이중과세’라며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향후 한국과 미국의 과세당국이 개입할 사안이어서 자칫 양국의 ‘세금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코닝 "명백한 이중과세"…韓·美 세금분쟁 번질 수도
15일 코닝의 2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0년 10월부터 삼성코닝정밀소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작년 6월 4600만달러(520억원)를 추징했다. 국세청은 삼성코닝정밀소재가 2006년 9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최대주주인 코닝(49.9%)에 배당금을 주는 과정에서 세금을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형식적으로 삼성코닝정밀소재에 추징금을 물렸으나 실제로 추징금은 규정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가져간 코닝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1995년 삼성전자(42.5%)와 코닝이 합작해 만든 회사로 LCD(액정표시장치)용 유리기판 업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점 상태인 유리기판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를 10년 만에 25배 이상 키웠다. 코닝, 삼성전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3대 주주로만 구성된 비상장사다. 코닝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3조786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국세청은 코닝이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편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조세조약상 코닝처럼 국내 기업의 10%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 법인 주주가 배당을 받을 때는 10% 원천징수를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닝은 10% 세율을 피하기 위해 5% 세율인 헝가리에 세운 법인을 통해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사들였다.
국세청은 배당소득이 헝가리 법인이 아닌 코닝 미국 본사로 귀속되는 만큼 10% 원천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배당금을 준 삼성코닝정밀소재에 추징금을 부과했지만 실제론 규정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은 코닝이 추징금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이 근로소득세를 덜 낸 근로자를 대신해 세금을 낸 뒤 근로자에게 돌려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코닝은 작년 10월 “정당하게 모든 세금을 냈다”며 국세청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단 4600만달러의 추징금을 낸 뒤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이 코닝의 이의를 기각하면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양국 과세당국 간 협조한다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양국 국세청이 개입하게 된다.
코닝 관계자는 “미국 국세청과 함께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면 합당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심판원이나 한·미 국세청 협의 단계에서 코닝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코닝은 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에 차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