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일 경제파장 감당할 수준"

MB, 독도 방문前 면밀 검토
日, 통화스와프 파기 힘들 것…외환시장 큰 변동없이 안정 "얼굴 붉히더라도 짚고 가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독도 방문 직전 한·일 외교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상황에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면밀하게 점검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 직전 경제수석실을 통해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우리 경제가 받을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사전에 점검했다”며 “당시 경제수석실은 ‘다소 악영향은 있겠지만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준’이란 보고를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 악화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파장을 미치겠지만, 영토와 역사 문제에서 퇴행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해 독도 방문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한·일관계 악화가 경제에 미칠 파장과 관련, 두 나라의 경제협력 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재검토를 언급한 한·일 통화스와프(맞교환)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필요뿐 아니라 엔고 억제를 위해 엔화를 시장에 방출하려는 일본의 이해도 맞물려 있다”며 “대외적인 신뢰도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이 통화스와프를 파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 그런 이야기(통화스와프 재검토 언급)를 우리한테 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억측 보도”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기업 간 비즈니스에는 어느 정도 심리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미래 한·일 간 건설적인 장래를 위해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라도 큰 걸림돌을 하나씩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며 “좋은 게 좋다고 해서 위안부 문제 등을 묻어두고 갈 수 없다. 얼굴을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짚고 넘어가야 하고 그게 장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루 만에 1130원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재검토 소식이 환율 상승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원40전 오른 1134원에 마감했다. 지난 14일 1120원대로 내려온 지 하루 만의 반등이다. 원·달러 환율은 3원40전 오른 1133원에 출발한 후 1131원대까지 밀렸으나 이후 상승폭을 키웠다. 김기백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미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병석/서정환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