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전 무산 위기…고려대 '폭력사주' 징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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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둘째주 열릴 예정인 연세대와 고려대 간 체육행사인 ‘연·고전’(주최측 명칭을 뒤에 붙인다)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외부 요인으로 몇 차례 취소된 적은 있지만 이번 연·고전이 무산되면 학생들 스스로 거부해 열리지 않는 첫 사례로 남게 된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달 말까지 학교 측에서 최태호 아이스하키부 코치를 해임하지 않으면 아이스하키 시합은 물론이고 고·연전 전체 행사의 무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입장을 밝혔다. 고려대는 2009년 아이스하키부 코칭스태프가 고려대 학생에게 연세대 아이스하키부 학생을 폭행하도록 사주한 사건이 지난 5월 밝혀지면서 사건 당사자인 김광환 아이스링크 관장(사건 당시 고대 운동부 총감독)이 퇴진하는 등 진통을 겪어왔다.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김 총감독만 사퇴했을 뿐 당시 사건에 가담했던 코칭스태프가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정기전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의 진상을 밝혀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 강경 대응에 연세대도 가세했다. 안자올 연세대 부총학생회장은 “정기전이 개최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려대 총학과 협의해 정기전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고려대 측은 그러나 코칭스태프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정기전 개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원규 고려대 학생처장은 “내부 감사를 거쳐 이달 초 학교 직원인사위원회에 아이스하키부 코칭스태프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상태”라며 “화합의 장인 정기전이 무산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교 총학이 주최하는 연·고전은 1965년부터 야구·농구·축구·럭비·아이스하키 등 5개 종목을 놓고 시합하는 정기전 체제가 확립됐으며, 이후 군사정권에서 ‘학원비상사태’ 등의 이유로 4회 취소된 것을 포함해총 6회 무산된 바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