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묻지마 범죄, 더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지난 18일 저녁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승강장에서 일용직 노동자 유모씨(39)가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에게 ‘묻지마 흉기난동’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최모씨(24) 등 승객 8명은 얼굴과 목, 팔 등을 흉기에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승강장에 있던 100여명의 승객들은 유씨를 피해 밖으로 도망가면서 의정부역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유씨는 혼란한 틈을 타 밖으로 120m가량 도망갔지만 뒤쫓아온 공익요원과의 대치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의 발단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저지른 유씨의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저녁 6시35분께 유씨는 인천행 지하철 안에서 바닥에 침을 뱉었고, 이를 본 박모군(18)이 “어른이 공공시설에 침을 뱉으면 되느냐”고 따지면서 시비가 붙였다. 전철에서 내린 유씨를 뒤쫓아 박씨가 계속 항의하자 갑자기 주머니에서 23㎝ 크기의 공업용 커터 칼을 꺼내 휘둘렀다. 화가난 유씨는 다른 시민들에게도 칼을 휘둘렀다. 경찰은 실직자인 유씨가 최근 생활고가 심했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던 상태에서 시비가 붙자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묻지마 범죄’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영동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귀가 중인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한 혐의로 이모씨(27)가 붙잡혔다. 이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자살을 시도하려다, 때마침 길을 지나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에도 서울 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에 진입하던 전동차에서 임모씨(51)가 휘두른 흉기에 초등학교 경비원 이모씨(61)가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범행 동기는 사회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살인’ 혐의자는 2005년 319명, 2009년 656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우발적 방화’도 2000년 347명, 2005년 427명, 2010년 583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처지비관, 열등감, 좌절감, 절망감 등 개인적 요인이나 사회적 스트레스가 주를 이룬다”며 “이들에 대한 상담 등 지원 프로그램과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배려심이 묻지마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