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후보의 정치 철학을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어제 경선을 통해 박근혜 후보를 18대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8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이었다. 민주통합당도 내달 중에는 대선에 출마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고 유력 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곧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올 12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치열할 것이다.

박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 대화합과 정치개혁, 국민행복 등을 아젠다로 제시했다. 특히 2040 세대 및 중도층과의 소통 강화로 100% 대한민국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지지세력 확대를 위한 포석임은 두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박빙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박 후보, 안 교수, 문재인 민주당 후보 등과의 다자간 경쟁률 조사 결과는 매번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누가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불과 2% 안팎의 표 차이로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후보라도 한 표 한 표가 절박할 것이다.문제는 정치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포퓰리즘을 좇는 좌경화로 여당과 야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재정 지출, 증세문제, 무상복지 확대 등 주요 현안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공약이 별로 차이가 없다는 한국경제신문 조사결과 그대로다. 미국과 유럽에서 보는 것 같은 보수·진보 간 가치논쟁은커녕 좌클릭 경쟁만 벌어진다. 보수 정당이라던 새누리당에서조차 전·현직 의원들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란 것을 만들어 그룹 총수에 집행유예를 선고 내리지 못하게 하는 법안과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기존 가공의결권까지 금지시키겠다는 법안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이미 이뤄진 순환출자는 인정해야 하며 대기업을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 모임에는 친박계 의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더욱이 측근이라는 일부 인사들은 박 후보의 묵인 내지 동조가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같은 인사는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더 강경하게 반기업 반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순전히 대선 전략일 뿐 나중에 제자리로 돌아가면 된다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치선동이다.

표만 얻어 대선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정치공학이 이런 정치판을 만든다. 이미 박 후보와 안 교수, 그리고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보수 세력이 궤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박 후보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정치철학에 대한 문제다. 정치가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