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 소설 한편에 출판시장 '후끈'

'그레이' 4개월새 3000만부 팔려
반스앤드노블 적자폭 20% 줄여
성애 묘사로 가득찬 에로틱 소설 한 편이 세계 출판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영국 여류작가 E.L 제임스의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표지사진)’ 얘기다. 세계적으로 출시 4개월 만에 전자책 1000만권을 포함, 3000만부 넘게 팔렸다. 최근 실적악화로 고전하던 미국 대형 서점들은 이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미국 최대의 서적유통업체 반스앤드노블은 지난 5~7월(2012회계연도 1분기) 매출 14억5000만달러, 순손실 4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적자폭을 20% 가까이 줄였다.윌리엄 린치 반스앤드노블 최고경영자(CEO)는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가 46% 늘어난 것과 더불어 ‘그레이’의 판매호조가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레이’는 대학을 갓 졸업한 21세의 여주인공 아나스타샤 스틸이 아픔을 지닌 27세의 억만장자 크리스천 그레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다. 사디즘, 마조히즘 등 수위 높은 성관계가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여성들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마를 위한 포르노’로 불린다.

도서판매 조사업체 닐슨북스캔에 따르면 ‘그레이’는 영국에서만 530만권이 팔려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판매기록 460만부를 앞질렀다. 미국 판권을 갖고 있는 랜덤하우스에 따르면 이 책의 미국 내 판매량은 지난 17일 2500만부를 넘겼다. 출시 이래 25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8일 번역본이 출간돼 15만부가 팔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