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콘서트 티켓 1시간만에 매진됐는데…빅뱅이 웃지 못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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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수교 20주년…차이나 2.0 시대] (4) 한류, 스타일보다 콘텐츠
또 다른 암초 비제도적 규제
경찰, 관객 5000명으로 제한…손익분기점 간신히 맞춰
중국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 ‘빅뱅’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들의 노래 ‘판타스틱 베이비’와 ‘몬스터’ 등은 중국 초등학생들이 흥겹게 따라부르는 곡이다. 지난 4일 베이징 우커쑹 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베이징은 물론 다른 도시에서도 관람객이 몰려왔다. 인터넷으로 판매한 공연티켓은 1장에 2100위안(약 38만원)으로 비싸지만 1시간 만에 매진돼 암표값이 1만위안(약 18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렇다면 빅뱅은 돈을 벌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벌지 못했다. 공연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맞췄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국 공안(경찰)이 질서 유지를 이유로 관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상당수 티켓을 무료로 요구했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관객이 적으니 돈을 벌 재간이 없다.중국 문화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이 공략할 수 있는 분야도 많아졌다. 그러나 제도적 규제 못지 않은 비제도적 관행들로 인해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좌절을 느끼고 있다. 빅뱅처럼 중국에서 공연을 하려면 절차도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많은 가수들이 중국 공연을 꺼린다.
중국 국영기업의 횡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문화 관련 대기업들은 모두 국영기업이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이들에게 사업의 명운이 달려 있다. 한국의 한 업체는 국영기업인 한 이동통신사에 음원을 제공했지만 거의 정산을 받지 못했다. 한국의 경우 클릭 수를 정산하는 시스템에 따라 돈을 받지만 중국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통신사가 일방적으로 클릭 수를 통보하고 그에 맞는 금액을 정산해준다. 금액이 적다고 이의를 제기하려면 계약 해지까지 감수해야 한다. 한 콘텐츠업체 관계자는 “과거에 이동통신사에 콘텐츠를 제공한 뒤 정산을 요구하니 중국에서 인지도를 높여줬는데 무슨 돈을 받으려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독점 영역을 허물지 않는 한 문화산업 발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도 문제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한국의 최신 유행곡들도 어렵지 않게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뽀로로 같은 캐릭터를 불법으로 만들어 버젓이 유통시켜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을 지키려면 대리업체를 고용해 시장조사를 하고 불법 유통망을 추적해야 한다”며 “이 넓은 중국에서 소규모 영업을 하는 콘텐츠업체가 저작권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김태완 특파원(베이징·충칭) 이정호 기자(상하이·우한) 노경목 기자(칭다오·창춘·훈춘)
한국경제·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