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와 포스텍 어디 갈까 고민된다면…

KAIST는 종합대 MIT, 포스텍은 소수 정예 칼텍 지향

KAIST(한국과학기술원)냐, 포스텍(포항공대)이냐.과학고 학생을 비롯해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 진학을 꿈꾸는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고민이다. 비슷한 성격과 수준의 대학 중 어떤 곳이 나은지 비교·선택해야 하는 입시철이면 더욱 그렇다.

◆입학성적 비교 무의미, 등록금도 낮다

24일 양교와 입시업체 등에 따르면 KAIST와 포스텍의 수준 차는 없다고 보면 된다.KAIST는 정원내 모집 인원 900명 가운데 850명을, 포스텍은 정원내·외 모집을 합쳐 32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아 입학 성적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성적과 같은 점수화된 지표로 평가하지 않는 입학사정관제의 특성상 어느 쪽이 낫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국립인 KAIST와 사립 포스텍의 등록금 차이는 있다. KAIST는 한 학기 기준 162만3000원인 반면 포스텍은 279만 원이다. 그러나 포스코가 재단으로 있는 포스텍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교육환경 투자 등으로 돌려주는 비율이 높아 실질적 '체감 등록금' 은 이보다 훨씬 낮다.

실제로 포스텍은 2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대학 정보공시에서도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포스텍은 지난해 기준으로 학생 1명에게 7872만 원의 교육비를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KAIST도 등록금 부담은 매우 적다. 학점 3.0 이상(4.3 만점)이면 전액 면제된다. 학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 한해 등록금(기성회비) 162만3000원을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은 입학금 33만9000원만 내면 되고, 재학생 80% 이상이 성적 요건을 충족해 등록금을 면제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KAIST는 MIT, 포스텍은 칼텍이 롤 모델

굳이 KAIST와 포스텍의 의미 있는 차이점을 찾자면 양교의 서로 다른 지향점을 들 수 있다.KAIST는 규모가 큰 종합대 성격의 MIT(매사추세츠 공대)를 롤 모델로 삼았다. 반면 포스텍은 소수정예 모델인 칼텍(캘리포니아 공대)을 지향하고 있다. MIT는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학이며 칼텍 역시 소규모임에도 노벨상 수상자를 30여명이나 배출한 세계적 명문이다.

양교의 모집 인원부터 차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규모의 크고 작음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다.

포스텍의 최대 강점은 맨투맨 교육으로 꼽힌다.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4.8명 수준이다. 2009년부터는 기숙형 교육프로그램인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도 운영하고 있다.

포스텍 관계자는 "총장이 직접 지난해 입시 면접관으로 참여할 만큼 학생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다" 며 "학생 5명에 교수 1명 꼴로 책임지는 '스킨십 교육' 이 가능한 게 장점" 이라고 강조했다.

KAIST는 포스텍에 비해 규모가 크다. 윤달수 입학홍보팀장은 "소규모로 운영하면 최근 트렌드인 융복합 연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며 "특히 KAIST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지만 대학원 과정에는 경영대학원(MBA), 문화기술대학원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특성과 향후 진로 맞춰 선택하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만큼 수험생들은 각 학교의 특성과 자신의 성향, 졸업 후 진로 등을 감안해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역적으로는 KAIST가 대전에, 포스텍은 경북 포항에 위치해 있다. 또한 KAIST는 인근 대덕연구단지와의 산학협력과 진출이 잦은 편이다. 포스텍 역시 학교 재단인 포스코와의 협력 관계가 긴밀하고 뚜렷하다.

입시업체 진학사의 김희동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어느 학교가 낫다고 하기 어렵지만 강점 있는 분야를 꼽자면 KAIST는 자연과학, 포스텍은 응용공학 쪽이라 볼 수 있다" 며 "수험생은 이런 점을 파악해 지원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학교의 특성이나 지역적 위치, 협력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졸업 후 일반 기업 등에서 조직 생활을 한다면 서울대 공대에 진학하는 케이스가 많다" 며 "연구원이나 이공계 학자로 진로를 잡는다면 KAIST나 포스텍 진학이 보다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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