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셋째 아이 낳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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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자식욕심 많기로는 18세기 러시아에 살았던 바실리예프라는 여인을 따를 사람이 없다. 40년간 27차례에 걸쳐 69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두 쌍둥이 16번에 세 쌍둥이 7번, 네 쌍둥이 4번이었단다. 평균으로 치면 1년에 1.7명씩 출산한 셈이다. 생식 능력과 출산 의지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인도 뉴델리에 사는 옴카리 판와르 할머니는 최고령 출산기록을 갖고 있다. 70세 되던 2008년 제왕절개 수술로 쌍둥이를 낳았다. 병원에선 과다출혈을 우려해 다량의 혈액을 준비하는 등 비상이었지만 900g 안팎의 남녀 쌍둥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두 딸과 다섯 명의 손자가 있는데도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을 결심한 건 대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국내에선 작년 11월 55세 여성이 시험관아기 방식으로 3.2㎏의 여아를 출산했다. 뭐니뭐니해도 자녀가 있다는 건 행복의 기본 조건이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를 보는 것만큼 대견하고 즐거운 일도 드물다. 세계 어느 나라든 아이 없는 스위트 홈은 없다. 모든 생물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번식을 위해서라는 말도 있다. 나이 들어 낳은 아이일수록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한다.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란다.
셋째 아이를 낳는 집이 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태어난 셋째 아이는 4만5400명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는 게 통계청 발표다. 전체 출생아 47만1300명 중 9.7%에 이른다. 넷째, 다섯째 등까지 합하면 5만1600명으로 전체의 11%나 된다. 1984년(12.8%)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셋째 비중은 16%를 넘었다. 하지만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 같은 표어를 내건 산아제한 정책과 함께 셋째 비중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1991년엔 전체 출생아 중 5.6%에 불과했다.
요즘 셋째 아이는 ‘부의 상징’이란 분석도 있다. 2008~2011년 셋째를 낳은 부모의 상당수가 대졸 이상 고학력자라는 게 근거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주로 셋째를 둔다는 얘기다. 아들 하나 얻으려 셋째를 낳는다는 것도 옛말이다. 작년 셋째 출생 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10.1로, 95년의 177.2에 비해 급감했다. 그냥 좋아서 낳는 것이다.프랑스의 한 여성지는 ‘셋째를 가져야 할 열 가지 이유’를 들었다. 진짜 가족을 이뤘다는 느낌이 좋다, 아이들끼리 우애가 깊다, 큰아이가 셋째를 돌본다, 엄마도 살림을 더 꼼꼼히 하게 된다…. 우리는 한 가지 더 꼽을 만하다. 세계 최하위권인 출산율을 높여 나라 발전에도 기여하니 말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