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강남스타일' 부동산의 추락

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
‘강남스타일’이 요즘 지구촌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폭발이다. 앨범 발매 42일 만인 지난 26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조회 수가 600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세계 유수 언론들도 앞다퉈 보도경쟁을 벌이고 있다. 싸이는 일약 세계적 스타로 부상했다. 부동산시장에도 사람들을 달아오르게 하는 ‘강남스타일’이 있다. ‘대형·고급·고가주택’이 그것이다. 하지만 강남스타일 부동산의 인기 판도는 싸이의 그것과는 정반대다.

강남스타일 부동산은 3.3㎡당 2500만~3500만원 이상쯤 되는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동 일대 주상복합과 고급 아파트·빌라 등으로 대표는 고가주택들이 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주택시장이 극도의 활황이었을 때는 3.3㎡당 4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5000만원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재건축 예정단지들도 강남스타일 부동산에서 빠질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활황기에는 재건축 추진 얘기만 나오면 가격이 춤을 췄다.환상 깨진 '강남스타일 부동산'

당시 부동산시장에는 강남스타일 부동산에 대한 강한 신앙 같은 것이 있었다. ‘강남불패론’ ‘물결파동 집값론’ 등이 대표적이다. 고가주택지역은 물결파의 중심과 같아서 불황파동에도 타격이 적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중·저가 주택인 ‘강북스타일’은 “오를 때 적게 오르고, 불경기에는 빠르게 많이 내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06년 주택시장이 고점을 찍고 2년 뒤 예측불허의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제불황이 닥치면서 이들 신앙은 물거품이 됐다. 강남스타일(강남·서초 아파트) 부동산은 최근 3년간 10~20%가 빠졌다. 재건축 예정단지 하락률은 더 컸다. ‘묻지마 투자’에 대한 허상이 무너지면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중산층과 서민들이 급증하고, 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강남스타일 부동산’을 가진 실수요자와 여유계층도 자산가치 하락으로 심기가 불편하다.건설업계·수요자·정부 등 시장주체들의 오매불망 관심사는 “시장이 언제쯤 살아나느냐”에 쏠려 있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속시원하게 찍어주는 사람은 없다. 6년 전 시장을 달궜던 경기활황과 풍성한 유동성, 저금리, 강력한 수급 불균형 등의 호재가 아예 안 보인다.

달라진 시장상황을 먼저 봐야

경기불황 그림자는 갈수록 깊어지고, 주택수급 불균형은 오히려 해소 단계다. 금융위기 이전 6년간 해마다 30만~50만가구씩 공급된 탓이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0년 전보다 10% 이상 높아졌다. 주택 실수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낮지도 않다.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면서 중·대형 주택 실수요는 감소 추세다. 1~2인가구는 증가하면서 소형주택 수요만 늘었다. 정부도 각종 규제완화와 거래 활성화 대책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지만 약발은 시원찮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바닥 예측도 좋지만, 수요자·주택업계·정부가 최근의 부동산시장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강남스타일 부동산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주택업계도 청약자들을 줄 세워서 신규 주택을 팔던 분양시장의 재현은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불황터널을 지나면서 터득해야 할 이 학습효과를 간과하면 불황 이후 나타날 새로운 강남스타일 부동산을 놓칠 수 있다. 가수 싸이가 외치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와 ‘아름다워 사랑스러워’를 연발하는 멋진 기회를 못 잡을 수도 있다.

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