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으로 전국 할퀴는 태풍 볼라벤…광주·전남 68만 호에 '블랙아웃'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할퀴며 지나가고 있다. 볼라벤은 사상 5번째로 강한 바람을 불고 와 강풍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진도 전역에는 28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일어난 데다가 복구가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는 모두 68만1543호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정전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KTX 선로에는 인근 공사장의 컨테이너 박스가 날아들었다. 이날 오전 8시44분 호남선 신태인∼정읍역 구간 인근 공사장에서 가로 3m, 세로 9m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가 강풍을 타고 KTX 선로로 날아들었다.

때마침 이곳으로 달려오던 용산발 광주행 KTX 제601열차의 기장은 컨테이너를 불과 80m 앞두고 열차를 세웠다. 이 열차에는 승객 92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전 10시40분께는 광주발 용산행 KTX 제606열차가 호남선 부용∼김제 구간 전차선에 날라와 걸린 비닐 때문에 제거작업이 이뤄지는 15분간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광주 유덕동에서는 강풍에 쓰러진 철 구조물에 임모 씨(89)가 깔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호우보다는 강풍의 위력을 보이고 있는 볼라벤은 2000년 큰 피해를 줬던 `쁘라삐룬'과 유사한 모습이다. 볼라벤의 순간 최대 풍속은 완도에서 기록한 초속 51.8m다. 국내에서 태풍이 일으킨 바람 가운데 다섯 번째로 강하다.

2000년 8월23일~9월1일 발생한 쁘라삐룬은 흑산도에서 역대 2위인 초속 58.3m의 바람을 일으켰다. 역대 1위는 2003년 9월12일 `매미' 때 제주에서 기록한 초속 6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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