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김자영 잡고 상금왕 차지한 뒤 美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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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이미림 만나보니…
하나금융 후원 국내 유일 선수, 美 코치 소개받고 샷 좋아져
즐기던 햄버거 안 먹고 4개월간 이 악물고 살 빼
국내 여자프로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이미림(22)을 27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본사에서 만났다. 이미림은 “어제 잠을 잘 못 잤다. 점심 먹을 때 알아보는 사람이 많더라”고 했다. 아직도 우승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하나금융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후원하는 선수로 뽑힌 ‘행운아’다. 하나금융은 미국 LPGA투어에서 뛰는 김인경(24), 박희영(25)의 메인스폰서이고 크리스티 커(미국)의 서브스폰서다. 이미림은 2010년 당시 3년 뒤 미국 진출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나금융은 신인을 후원해 3년 뒤 미국에 진출시킨다는 계획 아래 국가대표 출신으로 ‘펀치력’을 갖춘 이미림을 택했다. 그러나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0년 ‘톱10’에 딱 한 차례 드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원인을 찾던 중 시력이 문제가 됐다. 하나금융은 바로 라식수술을 주선했다. 이미림은 “시력이 0.5와 0.4였는데 난시였다. 수술을 받고 난 뒤 평소 연습하던 그린의 퍼팅 라인이 다르게 보였다. 원래 굴곡이 이랬는데 내 눈이 잘못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수술 직후 출전한 대만 대회에서 프로 첫승을 올렸다. 하나금융은 크리스티 커의 코치로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있는 브라이언 레베데비치에게 이미림을 맡겼다. 그는 “한국에서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모든 게 신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스윙을 간결하게 바꾸는 등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기복이 없어졌다”고 얘기했다. ‘배운 것 하나를 예로 들어달라’고 했더니 “드로 구질을 치는데 어드레스 때 왼발을 오픈하지 말고 조금 닫고 치라고 하더라. 그랬더니 스윙플레인이 바뀌면서 드로를 더 쉽게 칠 수 있었다. 아주 조그마한 것으로 많은 걸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이미림은 에스오일챔피언십 마지막날 8언더파 64타를 폭발시키며 투어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는 한 단계 더 도약을 위해 지난해 겨울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첫승을 하고 난 뒤 허리가 아팠어요.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침 맞고 병원 다니면서 나아졌는데 살이 쪄서 그런지 시즌 하반기 체력이 달리더라고요”라고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이 악물고 뺐지요. 미국에서 잘 가는 햄버거 집도 꾹 참고 가지 않았어요.”이미림은 “미국 진출은 골프 시작할 때부터 꿈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것처럼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공개했다. 그는 하이트컵 등 국내 대회 2개를 못 뛰지만 다음달 말 L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그는 “퀄리파잉스쿨로 가기 전에 현 상금랭킹 1위 김자영을 잡아야 한다. 국내에서 상금왕과 다승왕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퍼팅을 꼽았다. “모든 게 다 중요하지만 마무리는 결국 퍼팅이잖아요. 퍼팅을 잘하려면 연습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매일 짧게 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할 필요가 있어요.”
퍼팅 레슨을 별도로 받는다는 그는 “ 어떻게 퍼팅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을 해야한다. 일관된 퍼팅을 위해 리듬을 중요시 한다. 연습할 때 ‘하나, 둘’ 하면서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그런 생각 안하고 친다”고 알려줬다. 광주광역시 우산동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이대성 씨(57)는 남광주CC 클럽챔피언을 지낸 아마 고수다. 그러나 현재는 오십견으로 거의 볼을 치지 않는다고. 2년 전 광주 생활을 접고 용인 수지로 이사해 이미림 후원에만 전념하고 있다. ‘부친의 조언이 도움이 됐느냐’고 했더니 “너무 많이 알아서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아빠 말은 잔소리로 들려서 똑같은 말을 해도 선생님 말씀을 더 듣게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