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회장 신동규의 승부수…非은행부문 확 키운다

생명·손보 등 1조7000억 증자…메이저 금융지주 도약 시동
농협 내 금융계열사들을 모아 지난 3월 출범한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은행, 농협생명 등 자회사들에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를 실시한다. 자본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비은행 부문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자 통해 메이저금융사 도약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자회사들에 1조7000억원의 대규모 증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총자산 규모로 보면 5위지만 은행, 보험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는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라며 “명실상부한 메이저 금융지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비은행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의 증자가 시급하다”며 “10월 중 세 회사에 대한 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농협은행과 농협증권도 연내에 증자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에 자회사 중 가장 많은 최대 9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3월 농협금융지주 출범에 따라 정부가 약속한 1조원 규모의 주식(산은지주 5000억원, 도로공사 5000억원)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농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기도 하다. BIS 비율 산정 때 현금이 아닌 주식은 위험가중자산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농협생명에는 3500억원이 투입된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증자 후 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8%에서 230%로 높아진다. 증자를 위해 농협금융지주는 10월 초 회사채를 발행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3년 만기 연 3.2%대, 5년 만기는 연 3.3%대 금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회사채 소화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규식 공격경영 속도낸다

대규모 증자는 자회사의 경영정상화가 속도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회사에 출자하는 것은 지주사에는 만만찮은 부담이지만 새로 출범한 농협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지주사의 자금여력을 자회사 증자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은 공격경영의 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했다.신 회장은 출범 당시 1조원으로 설정한 올해 순이익 목표 달성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영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주 출범 이후 감독 규정에 따라 충당금을 3000억원가량 추가로 쌓고, 농협중앙회에 브랜드 사용료 1700억원을 지급하는 등 요인에 따라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주 출범 후 결론을 내지 못한 후속 작업도 조속히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1조원의 현물출자와 관련해 “1조원이 연내에 지원될 수 있도록 국회 등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전산 장애로 큰 피해를 일으킨 정보기술(IT) 부문은 당초 2015년까지 중앙회에서 은행으로 전환키로 했지만 내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