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둥둥' 풍력 발전소

비용·주민반발 적어
차세대 에너지 기술 각광…노르웨이·日 등 개발나서

일본 정부는 최근 나가사키현 고토열도 인근 바다에 100킬로와트(㎾)급 실증용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일본은 이번 실증을 거쳐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앞바다에 2020년까지 143기의 부유식 풍력발전기를 세울 계획이다. 원전 1기분에 해당하는 10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재건의 상징으로 부유식 풍력을 선택한 이유는 이 기술이 차세대 에너지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선박이나 해양 구조물처럼 바다 위에 발전기를 띄워 놓고 전기를 생산하는 이 기술은 부지 확보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바닷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세계 각국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다 위 바람 발전소주로 산이나 바닷가에 설치해온 풍력발전기는 소음, 그림자, 전파방해, 산림훼손 등의 문제로 민원대상이 되곤 한다. 대안으로 나온 게 바다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해상 풍력발전이다. 덴마크 영국 등 유럽 북해지역에선 해상 풍력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하지만 연안을 조금만 벗어나도 수심이 50m를 넘는 곳이 많아 해저지반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계 각국이 부유식 풍력발전 기술을 주목하는 것은 환경 문제. 주민 반발에서 자유로운 데다 바다 위에도 설치할 수 있어 대규모 발전단지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스타토일 하이드로(Statoil-Hydro)는 부유식 풍력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2009년 노르웨어 북쪽 해안 수심 220m 지역에 2.3㎿급 풍력발전기 ‘하이윈드(Hywind)’를 설치했다. 덴마크 베스타스(Vestas)는 지난해 말 미국 업체 등과 공동으로 포르투갈 바다에 2㎿ 실증 발전기를 구축했다. 지난 4월 미국과 영국은 부유식 풍력 발전 공동 투자를 위한 제휴까지 체결했다.

○부유식은 에너지 분야 블루오션

임채환 한국기계연구원 시스템신뢰성연구실 박사 연구팀은 지난 6월 부유식 풍력발전시스템의 이동거리와 방향 등을 예측해 발전량을 추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윈드하이드로’를 개발했다.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발전기는 바람과 파도에 70~80m씩 밀려 가기도 하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듯 앞뒤 진동도 심하다. 이 같은 진동을 제어하기 위한 기초 기술을 개발한 것.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지난해부터 제어시스템 구축에 나섰고 부산대 경남대 울산대 등은 인공 파도 발생장치를 이용한 부유체 제어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 연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실증단계까지 발전한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남호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동해, 제주 등은 바다로 1㎞만 나가도 수심이 100m를 넘어 부유식 기술을 적용하는 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