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 할퀴고 간 한반도] 화물선 두동강…가로수 뽑히고…지붕 날아가고

전신주 넘어지며 131만가구 한때 정전
강풍에 떨어진 간판 행인 덮쳐…어선 침몰 등 24명 사망·실종
서해안으로 북상해 28일 서울·수도권을 강타하고 옹진반도에 상륙한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위력은 강력했다. 순간 풍속 초속 30m가 넘는 강풍으로 수백개의 대형 간판과 지붕이 날아갔고, 가로수와 신호등이 뿌리째 뽑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131만여호가 한때 정전됐으며 어선 침몰로 인한 실종자에다 강풍에 날리거나 날아온 컨테이너에 깔린 행인 등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부서지고, 날아가고… 24명 사망·실종이날 오후부터 순간 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닥친 수도권 곳곳에선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선 강풍으로 고압선과 변압기가 고장나 3000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종로1가에서는 신호등이 부서져 경찰이 인근 1개 차로를 통제하고 복구작업을 벌였다. 서울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지나던 차량들이 불편을 겪었다.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0m가 넘는 초강풍이 몰아친 광주·전남에선 완도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 35㏊가 완전히 파손되는 등 양식장과 과수원, 농장 등이 강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와 만재도는 통신도 두절됐다. 이날 오전 0시40분쯤 가거도 독실산에 설치된 KT무선국 송전탑이 강풍으로 고장나 유선전화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불통됐다.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오전 11시10분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W아파트 주차장에서 아파트 경비원 박모씨(48)가 강풍에 날아온 컨테이너 박스에 깔려 숨지는 등 오후 11시 현재 9명이 사망했다. 서울 용답동에선 윤모씨(26)가, 경기도 남양주시 도곡리에선 길을 가던 40대 여성이 강풍에 날아온 간판에 맞아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날 새벽에는 제주 서귀포 화순항으로 피항하던 중국 선박 2척이 전복돼 중국인 5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다.

○강풍 휩쓴 광주·전남 산단 피해 커

생산시설에서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광주광역시 평동산단의 D산업과 S튜브, 하남산단의 O물류창고 등 10여곳의 공장 지붕이 뜯겨 날아갔다. 광주 평동 2단지에선 정전사고가 발생해 업체 수십곳이 오전 내내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광주 첨단산단에서는 K사의 공장벽이 무너졌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목포 대불산단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대불산단 내 도장업체인 M산업과 선박블록 업체 D사에선 초속 50m에 육박하는 강풍에 지붕이 찢겨 날아갔다. 인근 H시멘트사의 공장 외벽도 강풍에 힘없이 무너졌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이날 새벽 순간 정전이 발생했다. 피해가 발생한 곳은 LG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금호석유화학, 여천NCC, 호남석유화학 등 15곳이다. 사고발생 후 30분~1시간 사이 모두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가동률을 최초 0%에서 100%로 올리는 과정에서 일부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늘길·바닷길도 막혀항공기와 여객선도 무더기로 결항됐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김포에서 제주도와 여수 등을 오가는 국내선 77편과 인천과 중국 등을 운항하는 국제선 117편 등 모두 194편이 결항됐다. 서해안 여객선 운항도 대부분 끊겨 현재 제주도를 비롯해 목포와 완도, 여수, 통영, 인천 지역에서 운항하는 96개 항로 여객선 170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전 8시20분께 서울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구로 방향으로 향하던 열차가 갑작스레 멈춰 서 10분 동안 운행이 지연됐다. 이에 앞서 오전 5시께에는 부산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 열차가 울산역 부근에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속도를 줄여 연착했다.

전국종합/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