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C의 힘'…리바트, 가구시장 침체에도 작년 매출 30% 성장

한경·웨슬리퀘스트 주최 '2012 대한민국 BSC대상'

팀장·부장이 비즈 모델 혁신…기존 고정관념 완전히 파괴
에쓰오일, 회사 전략 수치화…작년 순익 1조 '경영대박'
인천공항, 예산 성과와 연동…공항서비스평가 7년째 1위

한국가구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가구시장 규모는 2008년 9조9400억원에서 지난해 8조2000억원으로 3년 만에 17.5% 줄었다. 1960~70년대 경제 발전과 함께 급성장했던 가구산업이 낮은 진입장벽과 유럽 및 중국산 수입 가구의 유입, 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리바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회사는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2010년부터 균형전략실행체계(BSC)를 본격화했다.

리바트는 BSC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전략실행점검회의(SAC)를 구성, 전략 수립과 실행 점검, 이슈 도출, 해결 방안을 주도하게 했다. 팀장과 사업부장 중심으로 구성된 SAC는 임원회의에 버금가는 파워를 갖고 하부조직과 전사 차원의 전략을 조율했다. 회의는 “질책하지마, 경청해”란 구호와 함께 시작한다.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왔다. 가구매장은 1층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임대료가 싼 3층으로 옮긴 게 한 사례다. 남은 자원은 홍보에 활용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신입사원이 임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엄하기만 하던 상사들이 부하직원들의 말에 귀를 열기 시작했다. 회사 문화가 바뀌면서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 30%, 시장점유율 7%가 향상됐다. 경규한 리바트 대표는 “가구업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BSC 전략경영을 통해 내실을 다진 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웨슬리퀘스트는 최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2012 대한민국 BSC전략 실행 컨퍼런스’를 열고 ‘대한민국 BSC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바트와 에쓰오일, 인천공항공사, 한국중부발전, 부천시청, 송파구청을 시상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략실행 프리미엄 프로세스 6단계와 탁월한 전략 실행을 위한 리더십 모형’ ‘불확실한 환경 하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방안’ ‘전략실행 담당조직의 역할과 리스크 모니터링 방안’ ‘워 게임을 통한 전략·의사결정 검증 및 리스크 경감방안’ 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수상 기업 중 에쓰오일(대표 나세르 알 마하셔)은 2011년 매출 32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성과다. 이 회사는 2008년 BSC를 처음 도입했다. 급변하는 글로별 경영환경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를 느낀 것. 회사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전략개념을 보강하고 전략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다. 체계적이고 뚜렷한 목표의식과 도전적 기업문화도 필요했다.

최고경영진이 앞장서서 BSC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전담조직인 ‘변화지원부문’을 신설, 성과지표와 부진지표를 수시로 점검했다. 수행과제를 교차 검토하기 위해 전략과제별 그룹미팅을 정례화했다. 부서 이기주의를 예방하기 위해 협업 실적도 평가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맞춤형 전략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했다. 이곳에 접속하면 개인과 부서, 회사의 목표 달성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모바일을 활용, BSC 결과 분석 자료를 자동 발송하게 만들어 직원들의 몰입도를 강화했다.

BSC를 활용한 공기업의 경영방식도 첨단을 달렸다. 인천공항공사(사장 이채욱)가 세계공항협의회(ACI)의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 세계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개항 초기 10%대 초반에 머물던 환승률은 2010년 18.5%를 기록하며 동북아시아 항공시장의 맹주였던 일본을 밀어냈다. 2011년 3500만명의 여객과 253만t의 화물을 처리, 여객 기준 세계 9위, 화물 기준 세계 2위의 공항으로 성장했다. 2004년 이후 8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2011년에는 정부에 700여억원을 배당했다. 개항 당시 166%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62% 수준으로 격감시키면서 성공적인 공기업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견인차는 BSC 기반의 전략경영체계에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업종별 동기 부여 모델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예산도 성과와 연동해 배분한다. 좋은 성과를 내는 조직과 개인에게는 더 많은 예산을 배정, 업무 능률을 극대화시킨다. 법무부, 세관, 경찰 등 공항 상주기관 및 상업시설 사업자와도 공동목표를 설정, 가치와 성과를 공유하며 함께 움직인다. 일명 ‘범공항적 성과관리모델’이다.

한국중부발전(사장 최평락)은 2001년 4월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전력에서 분리됐다. 새 출발을 하기에는 설비가 낡고 경영 안정성도 떨어졌다. 회사 분리 후 임직원 급여가 줄면서 사기도 떨어졌다. 전기생산량을 유지하다 보니 정비하고 교육할 여건도 안 됐다. 이 회사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2005년부터 BSC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전력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공익성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전술을 택했다. 실적과 성과평가를 엄정하게 연계시켰다. 사장 전무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임할 수 있다고 사규에 못박았다. 최고 성과자와 최저 성과자의 연봉을 30%까지 차등 지급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실적이 호전되면서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발전설비 이용률이 2005년 58%에서 2011년 74%까지 향상됐다. 매출은 2005년 2조2445억원에서 2011년 5조327억원으로 치솟았다. 고장을 획기적으로 줄여 가동률을 92%까지 끌어올렸다. 무디스와 S&P로부터 각각 A1과 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임직원들은 생산성 없는 불협화음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배웠다. 강성이던 노조도 노사평화선언을 했다. 경기 부천시(시장 김만수)는 1970~80년대만 해도 잘나가는 기업도시였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와 높은 땅값 때문에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경제 여건이 악화됐다.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다. 도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발전전략이 필요했다.

부천시는 2005년 지자체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BSC 전략체계를 시작, 시민주도형으로 설계·운영하고 있다. 매년 시민 체감도를 측정하고, BSC 추진 상황을 시청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한다. 공무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것. 시민과의 소통 창구도 시민정책 토론회, 시민소통 위원회, 시민 토론회, 포스트잇 의견 수렴 등으로 다양화했다. 부천시는 특히 교육, 문화, 경제, 환경 등 분야별로 ‘비전지표’ 22개를 개발, 관리한다. 문화공간, 취업인구, 범죄발생, 물가지수, 건강수명, 교통속도, 공무원 청렴도 등을 모두 수치와 그래프로 공개한다. 해당 부서의 책임감이 더해지면서 지수는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진선 기획예산과장은 “BSC를 통해 전 직원이 같은 방향을 보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구청장 박춘희)는 2009년부터 BSC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도입 초기부터 구청장의 적극적인 주도로 제도가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송파구가 추구하는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건강한 사회, 스마트 교육, 쾌적한 환경, 실효적 복지, 편리한 교통이다. 이를 위해 내부 전문가들로 ‘성과관리실무추진단’을 구성해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며 성과를 관리한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6명으로 성과관리(BSC)자문단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성과예산서 작성, 성과관리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송파구청의 지난해 복지서비스와 주거환경, 공원녹지 만족도는 2009년에 비해 각각 8.3%, 6.5%, 3.8% 고르게 상승했다.

주우진 심사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지원 기업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BSC 경영전략을 운영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심사가 어려웠다”며 “이번 심사를 통해 각 기관의 BSC 운영 수준이 상당히 고도화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BSC균형전략실행체계(BSC)는 1992년 로버트 캐플란 교수와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노튼 박사가 공동으로 창안한 경영혁신기법이다. 과거에는 재무적 수치를 바탕으로 부서와 개인의 성과를 측정했지만 BSC는 이를 보완, 고객관점과 내부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 등 비(非)재무적 관점에서도 성과가 측정되도록 했다.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목표에 맞는 팀별·개인별 이행과제를 수립해 조직의 역량을 전략 실행에 집중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직의 팀원들은 개인의 성과지표 달성 여부와 진척 정도를 수치화해 파악할 수 있다. 성과지표가 회사 전체의 목표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코카콜라 등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 중 50%가량이 BSC를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