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일반아파트와 섞어 지어라"

'박원순式 소셜믹스' 본격화…단지내 '왕따 배치' 금지

개포지구에 요구…내·외부 건자재도 차별 없게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반발…마지못해 수용
서울 개포주공2단지는 재건축할 때 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아파트(106가구)를 일반분양아파트보다 주민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에 따로 배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소셜믹스(social mix)개념’을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이 계획을 바꿨다. 중소형 아파트 건물에 임대아파트를 골고루 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주거단지 계획에서 소셜믹스란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자들 간의 위화감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임대·일반주택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개념이다. 개포주공2단지 정비계획안은 오는 13일쯤 고시될 예정이다.

◆박원순식 소셜믹스 본격화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셜믹스 주거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단지들이 법적 허용치만큼의 임대아파트만 배정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주민들 간의 실질적 공동거주’가 이뤄지도록 챙기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반·임대아파트 주민들이 같은 단지·동에서 차별 없이 함께 살도록 하는 게 정책 목표다.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선 개포지구에서이같은 소셜믹스 정책 적용이 뚜렷하다. 서울시 요구의 핵심은 임대아파트를 별개의 동으로 떼어서 ‘왕따배치’하거나 특정 동의 저층부에 집중적으로 넣는 ‘몰아넣기’를 하지말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일반·임대아파트가 구별되지 않도록 계획하라는 주문이다.

지하철·버스정류장 등 교통시설과 단지 내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에서도 소외되지 않게 배치하는 한편, 건축 외형구조와 실내 마감재도 동일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주민들의 보행·주차·커뮤니티 동선의 차별화도 금지했다. 임대아파트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등은 안된다는 것이다.서울시는 정비계획수립,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등 재건축 사업 추진과정에서 이 같은 소셜믹스 계획이 제대로 수용됐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할 계획이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지난 5월 박 시장이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셜믹스를 철저히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다”며 “개포지구부터 소셜믹스를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반발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위원회들은 소셜믹스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비계획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고 있다.

개포주공2단지뿐만 아니라 3단지도 전용 49㎡로 이뤄진 동에 임대아파트(88가구)·조합원분·일반분양분을 섞어 배치하기로 했다. 1, 4단지도 소셜믹스를 반영한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상당수 주민들은 소셜믹스형 주거단지 계획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집값 형성에 부정적이란 것이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전용 60㎡ 이하 소형 비중이 30%나 되는 데다 임대아파트 주민까지 섞여 살아야 한다”며 “부자단지 이미지가 안 생겨 집값이 주변단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업계와 일부 전문가들도 소셜믹스 정책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행사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소득 격차가 큰 사람들을 억지로 한곳에 배치하면 서로가 상처와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최근 SH공사가 은평뉴타운 등 소셜믹스 적용 단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임대·일반주택 거주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성근/문혜정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