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현대상선 유럽노선 줄인다

더 짙어진 유럽 먹구름…실어나를수록 손해
컨테이너 운임 급락…경기침체로 물동량 감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사들이 유럽 물동량 감소에 대응해 아시아~유럽 노선 운항을 줄인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다. 유럽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호황기에 발주해 건조를 끝낸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처리문제도 해운업계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0월부터 유럽 노선 두 개 줄어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소속돼 있는 해운동맹체 G6는 다음달부터 아시아~유럽 노선인 loop3의 운항을 중단한다. 이 동맹체가 운항 중인 북유럽 6개, 지중해 2개 등 총 8개의 유럽 노선이 7개로 줄어들면서 아시아~유럽 간 선복량도 기존 대비 15%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G6는 현대상선을 비롯해 싱가포르 APL, 일본 MOL과 GA 소속의 독일 하팍로이, 일본 NYK, 홍콩 OOCL 등 6개 해운회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loop3는 상하이닝보남중국싱가포르모르코로테르담브레머하펜(독일)고텐부르크(스웨덴)를 거쳐 다시 상하이로 돌아오는 북유럽 항로로 지난 3월 운항을 시작했다.

한진해운 역시 다음달부터 아시아~유럽노선 운항을 5개에서 4개로 축소한다. 한진해운을 비롯해 코스코, 양밍, K라인 등 아시아 선사가 속해 있는 글로벌 해운동맹 CKYH는 10월 중순부터 아시아~유럽 노선인 NE1과 NE4를 통합하기로 했다. 이 동맹체는 전통적 컨테이너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7월 말부터 NE4 노선 투입 선박 규모와 척수를 줄였다. 해운사들이 겨울 비수기를 앞두고 운항 축소 등 윈터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10월에 운항 중단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물동량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선제적으로 선복량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다. CKYH는 지난해 윈터프로그램의 하나로 11월 말 유럽노선 운항을 중단했으며 현대상선 역시 11월께 미주와 유럽 노선 공급량 조절에 나섰다.

○배는 쏟아지는데…“넣을 데가 없다”

업계에서는 유럽 경기침체로 아시아~유럽 간 화물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 같은 선복량 축소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 머스크를 비롯해 CMA CGM 등 대형 해운사들도 조만간 운항 축소에 동참할 전망이다. 선사 간 공조를 통해 올려 놓은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물동량 부진이 지속되면서 운임 유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 중순 기준 상하이~유럽 항로의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은 1505달러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머스크는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 전망치를 당초 7%에서 4%, 아시아~유럽 노선은 0%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초대형 선박들의 인도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시황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CMA CGM은 지난달 세계 최대 크기인 1만6000TEU급 선박 3척을 인도받았으며 한진해운, 현대상선, 하팍로이드, APL, MSC 등도 상반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들여왔다. 2013년 예정된 글로벌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170만TEU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5년까지 시장에 투입될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총 190만TEU로 현재 운영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규모 189만TEU(149척)와 비슷한 수준이다. 3년 만에 선복량이 두 배 증가하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1만TEU가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기항지가 많은 유럽 노선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작은 선박 여러 척을 빼고 대형 선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유럽 부진이 지속되면 무리한 신규 항로 개설 등 출혈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유정/김대훈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