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병대 7년 짬밥 "한국서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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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에 입소한 김수환 씨 "한국서 떳떳하게 살기 위해 입대"“지금까지 제가 내린 결정 중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한국 남자로 살려면 국방 의무는 당연한 것 아닌가요.”
자진입대 국외영주권자 1천명 돌파
미국 해병대에서 7년간 복무하고 전역한 다음 한국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김수환 훈련병(26·사진)은 5일 입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당시 부모는 유학 중이었다. 김 훈련병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연히 이중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6살 때인 1992년 부모와 함께 귀국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99년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2004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훈련병이 미국 해병대에 입대하게 된 것은 유학기간 중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그는 7년간 복무하고 지난해 4월 하사로 전역했다.
김 훈련병은 “혼자서 오랜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고국에 대한 향수를 많이 느꼈다”며 “한국군에 다시 입대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떳떳하게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역 후 아버지의 사업을 도울 계획”이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훈련소에 입소해 1주일간의 초기 적응 프로그램을 마친 김 훈련병은 오는 29일 자대 배치된다.
육군훈련소 관계자는 이날 “2007년 입대한 국외영주권자를 대상으로 1주간의 초기 적응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038명의 군 입대 국외영주권자를 배출했다”고 말했다.이들은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이 면제됐지만, 스스로 입대를 선택했다. 육군훈련소는 국외영주권자가 늘어나자 입대자들이 초기에 안정적으로 군 복무에 적응하도록 1주일간 한국사 강의, 군대예절 학습, 훈련장 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육군훈련소가 지난달 20일 훈련 중인 국외영주권자를 대상으로 입대 동기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입대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