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국회가 쏟아낼 법안들이 더 문제다

국회가 작년 말 국회의원 세비를 몰래 16%나 올렸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10년부터 따지면 인상률이 20%에 이른다. 국회의원들이 여당 야당없이 담합해 이런 일을 벌이고서도 8개월 넘게 쉬쉬할 수 있는 투철한 동업자의식이 놀랍기만 하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고백이 없었다면 묻혀버렸을지도 모르겠다. 18대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19대 의원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19대 의원들은 이미 두둑한 세비를 세 달치나 챙겼다. 남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앞과 뒤가 다르고 낮과 밤이 틀린 국회의원들이다. 국민 앞에서는 민생고와 고물가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자신들의 연봉을 대폭 올렸다. 국회 개원이 늦어진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반납이니, 의원 특권 포기니 하며 너스레를 떨던 일들이 그저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을 향해 올라간 세비만큼 지난 18대 국회보다 20% 더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낯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으니 열심히 일해서 만회하자는 당부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일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가 밥값을 하겠다고 나서는 게 더 큰 문제를 만들게 돼 있는 상황이다. 포퓰리즘 법안을 비롯해 온갖 해괴한 법안들이 줄줄이 나오는 판이기에 그렇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뚜렷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결과 19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 발의법안이 무려 1273건이나 된다. 예상하는 대로 법안들이 하나같이 퍼주기식 복지, 순환출자 규제나 소위 일감몰아주기 기업에 대한 징벌적 규제, 대형마트 추가 규제, 노동법 개정안 같은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표방한다는 게 더 심각하다. 대선 후보 진영들 모두 소위 ‘경제민주화’ 구호를 앞세우지 않고는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말하는 형국이다. 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할수록, 국회가 바쁘게 돌아갈수록 반시장 반기업 법안들은 쏟아질 것이다. 일단 법을 만들면 되돌리기 어렵다. 한번 퍼주면 끝나는 복지대책보다 경제를 파괴하는 법과 제도가 훨씬 더 무섭다. 이럴 바에는 국회가 더 이상 법안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게 낫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