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김종인 경제민주화 설전 2라운드

李 "정치판에 정체불명 경제민주화 판쳐"
金 "상식 이하…정서적으로 문제있는 사람"

박근혜 "정리할 필요 있다"

박근혜 선대위의 좌장격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당 원내 사령탑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박 후보의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격돌이다.

이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3차 예산당정 모두발언에서 “정치판에서는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 위원장과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등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의 대선후보가 대통령 출마선언과 후보수락 연설 때 한 얘기를 같은 당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은 상식 이하”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 원내대표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태어나서 그런 정치인은 처음 본다”며 “그런 정신상태로는 얘기할 수 없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이혜훈 최고위원과 남경필 의원도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정체불명도 아니고 포퓰리즘도 아니다”라고 김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박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 국민행복실천본부의 총선 공약보고대회에 나란히 참석했으나 서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가 발언할 때 김 위원장은 눈을 감고 허리를 뒤로 빼고 앉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간접 표출했다.

김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 간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설전은 지난 7월에도 벌어졌다.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기사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기자에게 “헌법학자들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은) 헌법의 119조2항이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한다는) 1항보다 어떻게 우선하느냐. 도무지 실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는 재벌기업에 오래 종사했기 때문에 그쪽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한 지방언론사 오찬간담회에서 “두 사람이 차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혼란스럽게 비치면 안 된다. 대선을 앞두고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