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신간]언어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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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인간만이 지닌 고차원적이고 체계적인 의사소통의 매개체로서 인류문명을 가능하게 한 상징체계이다. 뇌의 언어기능에 관한 관심과 관련 연구는 뇌과학(brain science)이라는 융합학문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 뇌의 언어기능을 밝히기 위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과 도구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있으나 진행 속도는 생각보다 매우 느리다. 이것은 인간의 언어능력을 원천적으로 파악하는 것 자체가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19세기에 이미 실어증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언어를 담당하는 언어뇌(language brain)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신경학자 브로카(Paul Broca, 1824~1880)와 폴란드의 신경과의사 베르니케(Carl Wernicke, 1848~1905)는 “언어를 발화할 때와 이해할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고 하였다.
전두엽 운동피질 부근에 존재하는 브로카 영역에서는 언어정보의 통합과 처리 후 운동피질의 정보 출력이 일어나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를 담당한다. 측두엽에 존재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정보의 입력을 담당한다. 따라서 시각피질 또는 청각피질로부터 입력된 언어 정보는 베르니케 영역을 거쳐 브로카 영역에서 처리되며 그 이후 운동기관을 통해 말하기와 쓰기로서 출력된다.
아기는 세상에 나온 첫날부터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자라나는데 이 과정에서 대뇌변연계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뇌변연계는 대뇌피질이 하는 의식적이고 지적인 활동과 뇌간이 다루는 무의식적인 몸의 움직임을 연결한다. 아기들은 말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작은 입을 벌려 옹알이(babbling)를 시작하고 어느새 또박또박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기의 옹알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아기들은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말을 습득하려고 뇌에서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옹알이 단계의 아기 엄마들은 아기의 옹알이를 어른들이 하는 말처럼 인식한다고 밝혀졌다. 그리하여 엄마와 아기가 옹알이를 통해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맺을 뿐 아니라 서로 소통이 가능하고, 이는 아기 뇌의 발달을 자극해 언어습득을 돕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언어과학적 입장에서 언어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라고 할 수 있다. 촘스키(Noam Chomsky, 1928~ )는 1950년대부터 인간의 언어능력은 생득적[선천적]이라는 설을 주장하였다. 물론 촘스키의 이론적인 배경은 모든 사물을 판단할 때 이성에 바탕을 두고 선천적인 사고 능력을 중시하여 사물을 처리하는 합리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 따라서 촘스키의 언어이론은 후천적인 경험에서 나온다는 경험주의를 배격한다. 그에게 언어학이란 인지심리학의 가지였으며, 언어학에서의 진정한 통찰은 정신적인 진행과 인간 본성의 양상에 대한 부수적인 이해를 함축하고 있다. 촘스키는 “언어를 처음 경험하는 유아(infant)가 자신이 전에 들어보지도 못한 전혀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 언어에 대한 내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도쿄대학의 사카이 구니요시가 2002년에 저술하고 2011년에 다시 소폭 개정한 책이다. 초간본이 출시되어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언어의 뇌과학적인 접근의 고전으로 일독할 가치가 매우 큰 책이다. 저자는 물리학과 의학은 물론 언어학의 탄탄한 기초 위에 독자들로 하여금 어려운 이론을 이 분야의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박한 지식으로 언어의 진화, 제2언어습득, 동물의 의사소통, 언어의 인지과학적인 이해, 언어의 뇌 기전(mechanism), 자연언어처리 등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언어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를 하고 있어서 독자들은 이 책의 전개방식에 따라 탐독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 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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