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오르면 팔았던 외국인…이번엔?

"상향 효과 이미 반영…주가 '꼭지' 로 여겨"
6번 등급 오른 후 한달간 되레 매도 우위
美 3차 양적완화 기대…매도 급변은 없을듯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주가가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일까.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가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려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국가신용등급이 올랐을 때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팔고 떠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성장성을 보고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정작 신용등급 상향 조정 발표가 나며 한국 경제의 안정성이 확인됐을 때는 추가 매수보다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주가 움직임이 재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신용등급 상향 때 외국인 매도

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모두 9차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다. 외국인은 이 중 6차례에 걸쳐 신용등급 상향 뒤 한 달(20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올린 2007년 7월25일 이후 한 달간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9조475억원에 달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전후해 외국인 태도가 180도 달라진 적도 있었다. 외국인은 무디스가 2010년 4월14일 한국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올리기 직전 한 달간 5조71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등급 상향 직후 한 달 동안은 968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도 신용등급 상향 이후 하락세로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 피치가 한국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린 2000년 3월29일 코스피지수는 908.51에서 한 달 후 725.39로 20.16% 급락했다.

◆신용평가는 과거, 주가는 미래

신용등급 상향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은 신용등급 평가가 경제 동향에 후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신용등급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주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용등급 평가는 지금의 불안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QE3 등이 변수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 이후에도 과거처럼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지에 맞춰지고 있다. 외국인이 8월 한 달간 5조265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신용등급 조정을 계기로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선진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 과거와 여건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한 다음날인 지난 7일, 외국인은 310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 순매수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합헌 여부 판결(12일)과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14일) 등이 변수지만 위험자산 선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