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나 아닌 한국영화가 받은 상…내심 기대했다"

인터뷰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직후 현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수상 소감은. “매우 기분이 좋다. 이 황금사자상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현지 뜨거운 반응으로 일찌감치 황금사자상을 예상했을 법하다.

“황금사자상이 얼마나 중요한 상인지 알기에 내심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공식 상영된 후 내가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관객과 평단의 애정이 뜨거웠다. 특히 현지 이탈리아 팬들이 황금사자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피에타’란 이야기를 많이 해 솔직히 기대를 했다.” ▶‘피에타’가 수상한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범세계적인 주제인 ‘자본주의’와 이로 인해 발생된 어긋난 도덕성에 모든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이 통감했다고 본다. 심사위원들의 평대로 영화의 시작은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인간 내면의 용서와 구원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세계 유력언론들이 이번 베니스영화제 영광의 주역은 한국의 ‘피에타’나 미국의 ‘더 마스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인간 내면에 대한 주제로 여러 차례 수상했기 때문에 그와의 경쟁은 매우 영광스러웠다. 특히 그의 ‘더 마스터’는 은사자상과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호아퀸 피닉스가 공동 남우주연상을 탄 수작이다.”

▶관객들에게 한 말씀.

“이 영화는 극단적인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돈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신과 증오와 살의가 어떻게 인간을 훼손하고 파괴하며 결국 잔인하고 슬픈 비극적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진실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기를 기원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