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집값 20% 이상 빠지면 은행 견디지만 카드·캐피털 위험

한국신용평가 스트레스 테스트
가계 소득과 부동산 값이 각각 20% 이상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은행들은 최소한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저축은행 신용카드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은 위기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는 10일 ‘금융기관 업종별 가계부채 위험분석’ 보고서에서 가계소득 25% 감소, 수도권 부동산가격 20%(비수도권은 10%) 하락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대부분의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올 3월 말 기준 평균 14.3%인 BIS 비율이 3%포인트가량 낮아지지만 여전히 11.6%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BIS 비율이 8%를 웃돌면 건전한 수준으로 판단한다.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은행들은 해당 조건이 현실화할 경우 가계대출 자산 중 5.5%가 부실해졌다. 신용경색 국면이 닥쳐 금융회사가 가계부채 상환을 요구할 때 보유자산 가치가 대출금에 미달할 경우 경매(최근 낙찰가율인 68.1% 적용)로 회수하는 상황을 가정한 분석이다. 경매로도 모자라는 회수분은 100% 손실로 반영했다. 박일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엄격한 LTV(담보인정비율) 적용 등을 통해 최소한의 재무 안전성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신용카드 캐피털사의 가계대출 손실률은 30~40%에 달해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았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손실률은 40.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레버리지 비율(자산 대비 자본 비율)은 3월 말 4.2배에서 6.6배로 50% 넘게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신용카드사의 레버리지 비율을 10배 이하로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6.6배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하지만 오는 12월부터는 감독 기준이 6배로 강화될 예정이어서 신용카드사들의 재무 건전성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디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캐피털업계 역시 스트레스 상황 아래에서 가계대출 자산의 손실률이 32.8%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3월 말 기준 8.8배인 레버리지 비율은 스트레스 테스트 후 16.6배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금융감독 기준 10배 이하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캐피털업계가 스트레스에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다.

박 연구위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은행들은 가계부채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업 부문의 부실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가계부채 감축을 포함해 선제적인 위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광엽/서정환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