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도 아닌데…" 부실大 총장은 '유구무언'

대외 노출 이미지 추락 우려, 해명은 홈페이지에

지난달 31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43곳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부실대학 오명을 쓴 대학총장들의 '노 코멘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해명하는 모습도 확인됐다.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총장의 인터뷰 등 대외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억울한 점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입을 열어 매스컴에 학교 이름이 오르내릴 경우 오히려 평판이 추락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된 동국대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내부 수습이 우선이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선결 과제" 라며 "지금 언론에 나오는 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 이른바 부실대학 선정에 따라 학교 운영에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로 적극적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당장 진행 중인 수시모집에서 수험생들의 학교 지원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하위 15%에 해당하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은 내년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신청하거나 지원받을 수 없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가운데 부실 정도가 심한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의 경우 여기에 더해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도 제재를 받게 된다.

때문에 재정지원 제한 대학들은 내부 구성원 추스르기에 나섰다. 주로 학교 홈페이지에 'Q&A' 코너를 만들어 학생들의 불안감을 풀어주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국민대, 세종대 등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하위 15%에 포함된 대학들의 행보가 적극적이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이 '부실대학'과는 다른 개념이며 재학생들에게 어떤 피해도 가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국민대는 선정 결과 발표 당일 홈페이지(http://www.kookmin.ac.kr) 첫 화면에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관련 질의응답' 코너를 마련해 놨다. 세종대도 홈페이지(http://www.sejong.ac.kr)에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관련 Q&A'를 팝업 공지로 띄웠다.

대학의 강점과 평가지표의 맹점을 설명하며 안심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취업률 허위공시로 명단에 든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대학 전반의 지표가 부실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충북 제천의 세명대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사업'에 선정된 사실을 부각시키며 "양적 취업률보다 질적 취업률을 봐야 하는데 아쉽다" 고 강조했다.그러나 이 같은 상세한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수험생이나 졸업생들을 위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이들 대학의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던 수험생들이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졸업생이라고 밝힌 박재욱 씨는 "재학생들한테만 해명하지 말고 졸업생들한테도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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