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베이징 포럼] 세계 IB 전문가들 "선진국 인프라·ETF 투자로 눈 돌려라"
입력
수정
한경 개최…글로벌 투자기관 한자리에
한국 등 아시아 자본시장, 외국계 헤지펀드 비중 커질 것
美 실물 경기 예상보다 심각…제로금리 당분간 계속될 듯
통화 다변화로 달러 하락 대비
“글로벌 경제위기는 선진국 인프라스트럭처(사회간접자본) 등 좋은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래 비용이 낮은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볼 만하다.”한국경제신문이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안인베스터의 ‘중국 기관투자가포럼’과 함께 개최한 ‘마켓인사이트 베이징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위기일수록 좋은 투자대상을 고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미국 회사채 등 중위험·중수익 자산 등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인프라 저가에 살 기회”
김재범 사학연금 대체투자팀장은 ‘자산운용자의 시각으로 본 아시아’란 주제의 세션에서 “한국의 채권과 주식 시장이 좋지 않은 만큼 사학연금은 현재 10% 정도인 해외 투자 비중을 앞으로 3년 동안 20%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위기는 어떤 이에게는 기회”라며 “사학연금은 현재 시장이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인프라스트럭처나 재간접펀드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CCB 자산운용의 자이드 아이어 이사는 “시장 조사를 잘한다면 지금이 선진국 인프라에 투자할 좋은 시기”라며 김 팀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권대식 베이징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국민연금과 같은 아시아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운용자산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 다변화로 달러가치 하락 대비”스코틀랜드의 대표 자산운용사인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의 피터 엘스턴 아·태지역 대표는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방침을 변경하고 있다”며 “투자처 다변화를 위해 미국 회사채뿐만 아니라 신흥국 주식 및 채권, 물가연동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국가들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전통적 통화인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에서 다양한 국가의 통화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같은 다변화는 달러 가치의 하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외 결제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높은 ETF가 매력” ETF 전문 투자자문사인 플로우트레이더스의 아즈라 라우 트레이더는 “기관투자가들이 적은 수수료와 환금성에 끌려 ETF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라우 트레이더는 “한 기관투자가는 ETF투자를 통해 2009년 이후 313%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보시라펀드매니지먼트의 스티브 추 이사는 “영국 등에서는 ETF와 관련한 규제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 변화에 대해 사전에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자본시장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의 역할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권대식 대표 변호사는 ‘자산분배와 시장 접근성’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최근 한국의 자본 시장 동향을 살펴보았을 때 외국계 헤지 펀드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제로금리 장기화할 듯”
참석자들은 미국의 제로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자산운용자들에게 주는 의미’란 주제의 세션에서 미국 채권투자 전문 펀드인 이튼 밴스의 로버트 화이트 아태지역 대표는 “미국의 실물 경기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고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의 장기화 가능성이 국채 금리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회사채와 하이일드채권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진후이 로우 중국 공상은행(ICBC) 전무는 “중국이 미국의 QE3(제3차 양적완화) 실시를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수출 경쟁력을 조만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임도원/김석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