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하우스푸어 집 맡아준다

소유권 뺏지 않고 세 놓아…18% 연체이자 대신 5% 임대료
우리금융지주가 집을 팔지 못해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신탁받아 재임대하는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 & lease back·신탁 후 재임대)’ 프로그램을 국내 금융사로는 처음 도입한다. 제도 도입으로 혜택을 보는 하우스푸어는 연 16~18%의 고금리 연체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 주택담보대출 이자 수준인 연 5%를 임대료로 내면 된다.

우리금융은 최근 금융감독 당국에 이 같은 방안을 설명했으며, 다음달 시행에 들어간다. 이 방식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은행이 운영 중인 ‘세일 앤드 리스백’과 차이가 난다. 세일 앤드 리스백은 대상 주택을 은행이 사들여 재임대하는 데 반해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은행의 신탁계정에 관리·처분권만 신탁하는 방식이다. 은행의 대출채권은 신탁 수익증권으로 전환된다. 집주인이 집을 신탁계정에 내놓으면 은행과 집주인이 수익증권을 나눠 갖는다. 주택담보대출로 2억원을 빌린 집주인이 시가 4억원짜리 주택을 신탁하면 은행은 대출금에 대한 1순위 처분권을, 집주인은 그 다음인 2순위 처분권을 확보하는 식이다. 신탁 방식을 활용하면 소유권 이동이 없어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는다.

우리금융은 약 1000억원 규모로 담보인정비율(LTV) 한도를 초과하는 차주의 신청을 받아 적격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대출채권 기준으로 가구당 2억원씩 단순 계산하면 최대 500가구가 이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자 가운데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신청 대상이다.

하지만 하우스푸어 지원 방안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원 방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두고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 간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세일&리스백

sale & lease back.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은행이 사들인 뒤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제도. 은행이 주택 소유권을 갖는다. 우리금융지주가 도입하는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은 대상 주택을 신탁사에 맡겨 관리하는 방식이다. 법적인 소유권은 집주인이 갖는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