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첫 입주] "판교·분당·동탄 비켜라"…대모산이 감싼 '도심 전원단지'

강남보금자리 14일부터 입주

수서역에서 버스로 5분…인공폭포 등 볼거리 많아
조경·평면구조·마감재도 민간 아파트에 뒤지지 않아

“판교·분당이 부럽지 않습니다. 서울 강남 생활권의 대규모 주거단지인 데다 민간 아파트를 능가하는 주택 품질, 녹지로 둘러싸인 입지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12일 서울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만난 입주 예정자 김재국 씨(44)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납입액 1300만원짜리 청약저축통장으로 3자녀 특별공급물량(59㎡형)에 당첨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2시간 정도 새 아파트 단지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그는 ‘기대 이상’이란 반응을 보였다. 금천구 다세대주택 전셋집에 살고 있는 김씨는 “평생 남의 집 살이를 할 줄 알았는데, 정부가 공급한 보금자리주택 덕분에 이렇게 좋은 집을 저렴하게 갖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입주 시작

이명박 정부가 서울의 일부 그린벨트를 헐어 개발한 보금자리주택의 입주가 14일부터 이뤄진다. 강남지구 A2블록(912가구)이 첫 번째로 입주 개시에 나선다. 2009년 5월 시범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지 3년4개월 만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입주 예정자들은 무엇보다 쾌적한 입지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휘경 씨는 “지하철 수서역에서 버스를 타면 5분 안에 닿을 수 있어 확실한 강남 생활권”이라며 기뻐했다. 김순주 씨는 “대모산이 지구 전체를 포근히 감싸고 있어 도심 속 전원주택이 가능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반값(3.3㎡당 924만~995만원)이었는데도 아파트의 시공 품질과 내부 인테리어, 실내공간 구성, 인테리어, 단지 조경, 부대편의시설 등에서 값 비싼 민간 아파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단지 안에는 대형 인공폭포와 고급 소나무들이 곳곳에 심어져 고급 주택단지의 풍모가 느껴진다. 다른 신도시의 초기 입주단계에서 나타나는 기반시설 부족 문제도 전혀 없다. 입주와 함께 단지 바로 옆에 있는 세명초가 개교한다. 아직 단지 내 상가들은 신축 중이지만 가든파이브 등 대형 유통시설이 차로 5분거리여서 당장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송 LH 사장은 “입주 예정자들은 평균 20년 정도 무주택으로 살아오다 이번에 처음 내집마련을 한 분들”이라며 “작은 불편도 생기지 않도록 입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축 주거’보다 인기 높아질 듯

강남보금자리지구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경부고속도로 축의 주거단지’나 1·2기 신도시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 시청에서 20㎞ 안쪽에 자리잡은 강남 그린벨트에는 현재 서초지구, 내곡지구, 강남지구, 세곡2지구, 위례신도시, 감일지구 등의 보금자리주택이 줄줄이 개발되고 있다.

서울 남쪽을 동서로 잇는 이 ‘강남그린벨트 주거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시청에서 40㎞ 정도 떨어진 동탄2신도시 등 2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도심 반경 20㎞ 이내의 1기 신도시보다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모두 그린벨트를 개발한 주거단지여서 거주 환경이 특히 쾌적하다.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교통 여건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부축에서 강남그린벨트 축으로 인기 주거 지역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격 측면에서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강남지구에서 3.3㎡당 2025만원에 분양된 ‘강남 래미안 힐즈’ 아파트엔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이는 1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아파트 값이 비싼 분당(3.3㎡당 16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