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만 '1인 가구' 시장 잡으려면 네가지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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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org - 안신현‘병적이다’ ‘부도덕하다’ ‘신경질적이다’. 1950년대 미국인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성인 남녀의 70%가 기혼자였다고 하니 혼자 사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소형화, 제품 크기 줄이되 성능 유지…효율, 간편식사 레토르트 시장 급성장
안전, 청소·세탁 등 믿고 맡기는 서비스…자기계발, 싱글 재테크·패션 정보 인기
불과 50여년 만에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전세계 1인 가구는 2억4200만가구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가구에서 지난해 436만가구로 20여년 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연간 지출액이 50조원에 이를 만큼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면서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나타난 소비시장의 변화는 ‘소형화’다. 주택시장에서는 가구와 가전제품이 붙박이로 설치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주택 공급 물량 중 60㎡ 이하 소형 주택의 비중이 40%나 됐다.
단순히 크기만 작게 만든다고 해서 1인 가구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크기는 줄이되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파나소닉은 기존 드럼세탁기와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는 소형 제품 ‘쁘띠 드럼’을 출시해 드럼세탁기 판매대수를 30% 늘렸다.
1인 가구에는 부족한 공간과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가변형 가구가 인기를 끄는 것은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해 주기 때문이다. 조리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 시장은 2008년 이후 연 평균 37.5%씩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 시장 규모도 2006년 4조3000억원에서 2011년 8조7000억원으로 커졌다.‘안전’ 또한 1인 가구에 중요한 문제다. 일본 청소용품 회사인 다스킨은 노약자가 혼자서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홈 인스테드’ 서비스를 개발했다. 청소, 세탁, 요리는 물론 간병 외출까지 일상 생활 전반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가족 부양 부담이 작은 1인 가구는 패션 미용 취미 등 ‘자기 계발’을 위한 지출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고가의 카메라나 자전거, 악기 등을 망설임 없이 구입하는 싱글족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싱글에디션(www.SingleEdition.com)이라는 웹사이트는 삶의 질에 관심이 높은 싱글족을 위해 주거, 재테크, 건강, 패션, 여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가구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국내 1인 가구가 2020년 588만가구로 늘어 전체의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존 2인 이상 가구에 초점을 맞춘 기업의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에 일대 변화를 요구한다. 1인 가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에 주목할 때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hinhyun.ah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