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실업률 낮아질 때까지"…경기부양 '끝장 승부' 선언

美 Fed, 3차 양적완화 - 시장 기대보다 강력한 조치, 왜?

매달 400억弗 MBS 매입

초저금리 정책 2015년 중반까지 연장
8% 웃도는 실업률 지속 '중대한 상황' 판단

미국 중앙은행(Fed)이 마침내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방아쇠’를 당겼다. 둔화된 경기를 살리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13일(현지시간) 발표한 것.

3차 양적완화는 앞으로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MBS)을 시장에서 사들이겠다는 게 골자다. Fed가 MBS를 사들이면 그만큼 현금이 시중에 풀리게 돼 기업과 가계에 대한 금융사들의 대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기지 금리도 더 떨어져 침체된 주택경기에 불을 지필 수 있고, 주식 등 자산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Fed는 MBS 매입 종료 시기에 대해 “실업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라고 밝혀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Fed가 이렇게 강한 어조로 고용시장 부양 의지를 밝힌 건 이례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언론들은 분석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면…Fed가 물가 상승과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일부의 우려에도 3차 양적완화를 강행한 것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경기와 여전히 8%를 웃돌고 있는 실업률 때문.

Fed는 이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1.9~2.4%에서 1.7~2.0%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말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8.1%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엔 4~5%였다.

Fed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고용 극대화’도 법적인 정책목표로 정해놓았다. 물가상승률이 Fed의 관리목표치인 2%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추가 양적완화 강행에 따른 부담이 없는 데다 고용시장은 부진해 Fed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Fed는 MBS 매입 외에 지난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판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를 낮추는 경기 부양책)’도 연말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제로(연 0~0.25%)’에 가까운 기준금리 유지 기간도 당초 2014년 말에서 2015년 중반까지로 연장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뉴욕 증시 5년 만에 최고치

이날 오전까지 뉴욕증시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투자자들이 Fed의 결정을 숨죽이고 지켜보며 주식 거래를 늦춘 영향이었다. 오후 12시30분 발표문이 공개되면서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15분 벤 버냉키 의장이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FOMC 발표문과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시장의 기대보다 더 강력했다는 방증이다. 시장은 특히 “고용시장 전망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국채 매입 등) 다른 정책수단도 사용할 것”이라는 Fed의 약속에 주목했다. 버냉키 의장은 “경기가 조금 살아난다고 조급하게 부양책을 거둬들이지 않겠다”고도 했다.

Fed는 매입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원리금과 이자를 다시 MBS에 투자한다는 기존의 방침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무제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시중에서 자금을 거둬들이는 불태화 정책도 함께 내놓은 유럽중앙은행(ECB)과 달리 시중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한편 14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0.6% 상승해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8월 소매판매도 전달 대비 0.9% 늘었지만 산업생산은 1.2% 감소했다.

뉴욕= 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모기지담보부증권

MBS. 은행 등 금융사들은 주택을 담보로 20~30년 만기의 대출을 해준 뒤 이를 기초로 주택저당채권을 보유하게 된다. 이들은 채무자들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상환받을 대출금을 한번에 회수하기 위해 주택저당채권을 유동화중개회사(SPC)에 판매한다. SPC가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파생상품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중앙은행이 MBS를 사들이면 금융사들은 주택저당채권을 팔아 생긴 현금을 다시 대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기를 부양하게 된다. 다른 채권의 금리 인하도 유도해 투자자들이 주식, 회사채 등의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도록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