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ETF로 '페어트레이딩' 중

안전·위험자산 '짝짓기'
상승·하락장 모두 대비
목표 달성 땐 차익 실현
금융자산이 많은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헤지펀드들이 절대수익을 내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페어 트레이딩’과 비슷한 ‘상장지수펀드(ETF) 페어 트레이딩’이 유행하고 있다. 주식에 투자하는 ETF와 채권이나 금에 투자하는 ETF에 동시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줄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다음달부터는 다양한 ETF가 상장될 예정이어서 페어 트레이딩도 다양화될 전망이다.

○안전·위험자산 ETF ‘짝짓기’A씨(58)는 삼성전자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지난달 하순 ‘KODEX삼성그룹’과 ‘KODEX골드선물’ ETF를 5000만원씩 매수했다. 위험자산(KODEX삼성그룹)과 안전자산(KODEX골드선물)에 절반씩 투자해 삼성그룹주의 상승과 하락에 모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손실방어에 초점을 맞춘 의도였지만,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키로 하면서 14일 두 ETF의 가격이 각각 2.49%와 2.66% 오르는 수확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투자기간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6%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 교직에서 은퇴한 B씨(66)는 지난 7월 ‘KODEX레버리지’와 ‘KOSEF국고채’에 총 2억원을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냈다. B씨는 “코스피가 1700대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고 KODEX레버리지에 투자했다”며 “손실방어 목적으로 KOSEF국고채도 함께 샀는데,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두 종목이 모두 올라 투자 한 달 만에 10%가 넘는 수익을 내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 종목에 투자한다. 주가가 내리면 레버리지ETF를 산다. 주가가 올랐다고 판단되면 인버스ETF에 투자한다. 주가 상승이나 하락 중 한 방향에 투자하는 것이다. ETF 페어 트레이딩은 성격이 다른 ETF에 동시 투자한다는 점이 다르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수익률 목표 달성하면 지체 없이 팔아

슈퍼리치들이 이 전략을 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매도 타이밍이다. “거액 자산가들은 투자원금의 5~6% 정도를 목표수익률로 정한 뒤 목표를 달성하면 지체 없이 팔고 나온다”는 게 증권업계 프라이빗 뱅킹(PB) 센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투자원금 규모가 커 1년에 몇 차례만 이렇게 치고 빠져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장은 “하반기 들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ETF에 절반씩 투자하는 전략을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며 “투자원금의 5~6% 수익이 나면 곧바로 차익을 실현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이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고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음달부터 슈퍼리치들의 ETF 페어 트레이딩은 더 다양화될 전망이다. 다양한 종류의 ETF가 증시에 추가 상장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시장금리 변동 폭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 국고채 ETF를 다음달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 페어트레이딩

pair trading. 두 자산이 과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짝을 지어 매매하는 투자전략. 보통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두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감안해 고평가된 종목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한다. 헤지펀드의 대표적 투자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