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라 리카르디 사장 "당당한 한국 여성이 '디젤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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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에 첫 체험매장 "고급화로 40대까지 잡겠다"“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걸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한국 젊은이들이야말로 ‘디젤’스러운 잠재 소비층입니다.”
청바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 디젤의 다니엘라 리카르디 사장(52)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매출 10% 규모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리카르디 사장은 디젤이 최근 서울 신사동에 오픈한 첫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 매장)를 둘러보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일본은 단일 국가 매출로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미 포화시장인 반면 한국은 패셔너블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치소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디젤의 국내 첫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방한한 리카르디 사장은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25년 넘게 근무한 ‘마케팅 전문가’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50인의 여성 경영인’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신시장 개척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벨기에 멕시코 러시아 중국 등 P&G가 새로 진출하는 나라마다 그가 직접 진두지휘했다. 2005년부터 P&G의 중국 지사장으로 일하다 2010년 디젤 창립자인 렌조 로소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사장직을 맡았다.
리카르디 사장은 “용감하고 섹시한 여성의 캐릭터와 그 여성의 몸매를 가장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는 옷이 바로 디젤의 정신”이라며 “이를 그 나라의 문화코드에 맞게 풀어내는 것이 브랜드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브랜드 철학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P&G 사장으로 일하기 전에 6개월가량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면서 그들의 언어와 음식, 태도와 습관까지 익히려 노력했다”며 “아주 깊이 있게 그 나라를 이해하기 전에는 사업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올가을·겨울 신제품을 ‘좀 더 여성스럽게’ 만든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디젤’ 하면 떠오르는 남성적인 투박함, 색바랜 청바지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여성화한 것이다. 새로 오픈한 플래그십스토어 1층 매장을 몸에 달라붙는 깊이 파인 드레스, 반짝이는 소재의 니트 등 프리미엄 여성복으로 꾸민 것도 디젤의 컨셉트 변화를 알리기 위해서다.디젤은 내년 봄엔 프리미엄 가죽재킷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리카르디 사장은 “가죽도 비싼 원단을 썼고 허리라인을 강조하는 스티치를 등, 소매, 깃 등에 넣은 고가(약 150만원)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디젤의 주요 타깃층이 25~35세인데 프리미엄 상품군으로 30~40대의 패셔너블한 직장인을 겨냥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80개국 5000여개 매장에서 30억유로(약 4조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세운 디젤은 한국에선 28개 매장에서 30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