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脫원전 외치면서 원전 계속 짓고 있는 일본

일본 정부가 지난주 ‘2030년 원전 제로’를 골자로 한 에너지·환경전략을 확정했다. 공식적으로는 탈(脫)원전 구호를 내건 것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 내용은 적지 않게 달라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2030 원전 제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반(反)원전 여론에 밀린 민주당 정부가 내건 무책임한 정치적 목표라는 지적들이다. 닛케이는 엊그제 사설에서 선거를 의식한 이런 포퓰리즘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논박하고 있다.

원전 제로정책은 당장 그 현실성부터 의심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을 없애는 대신 2010년 기준 1100억㎾h인 재생가능에너지 생산량을 2030년까지 3000억㎾h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제성도 없는 재생가능 에너지로 부족 전력분을 채우는 게 가능할지부터가 의문 투성이다. 게다가 전기요금이 급상승할 건 불 보듯 뻔하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0년 17엔(㎾h)인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할 때 원전 비중이 20~25%라면 13~15엔, 15%에서는 15~17엔, 제로일 때는 18~20엔의 요금 상승이 발생한다. ‘원전 제로’인 조건에서라면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오른다는 얘기다. 일본 산업계에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 스스로도 모순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말로는 원전의 신·증설을 억제하겠다면서 현재 건설계획이 잡혀 있는 원전은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게 지난 주말 발표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른 게 일본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확인도 않고 한국도 일본처럼 원전 제로로 가자고 주장하는 철없는 정치인들이 이 땅에도 있다.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정치인들이 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