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아파트' 퇴출…박원순식 재건축 시동

서울시, 신반포1차 개포주공2·3단지 둔촌주공 등
건축규제 완화하는 '특별건축구역' 지정 추진
박원순 스타일의 성냥갑 아파트 퇴출이 시작된다.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스카이 라인과 외관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시범사업 대상이 된 재건축추진위원회(또는 재건축조합)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형 확대에 이은 또 다른 규제라는 시각과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별건축구역 시범사업 추진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가 계속 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본격적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건폐율 일조권 동간거리 등 건축기준을 완화하는 구역이다. 건축법에 근거 조항이 있지만 서울시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한 사례는 아직 없다.

서울시는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 아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반포동 신반포1차, 개포동 개포주공2·3단지, 둔촌동 둔촌주공 등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를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기 위해 재건축 집행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6월에는 신반포1차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았다.

또 지난달에는 개포주공2·3단지 추진위 관계자를 불러 특별건축구역 지정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선 둔촌주공에 대한 특별건축구역 지정 필요성을 제기했다.서울시는 내년께 이들 단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시범사업을 벌이고 2014년 전면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인 300%까지 높일 수 있게 되면서 잠실이나 반포에 재건축된 아파트들보다 더 답답한 모양의 병풍 아파트가 양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특별건축구역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동의해야 특별건축구역 지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로부터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제의받은 곳들은 서울시가 구역 지정을 사실상 강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시의 뜻에 동의하지 않으면 건축위원회 건축심의를 통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민들, 득실 계산 분주서울시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도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폐율 동간거리 등 여러 건축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만큼 규제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별화된 스카이 라인과 외관의 우수성이 향후 집값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시 견해에 동조하는 쪽과 또 다른 규제가 추가된 것이란 시각이 맞서 있다.

반발하는 주민들은 무엇보다 사업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둔촌주공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빠른 재건축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편”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견해도 많다. 개포동의 한 추진위원장은 “서울시가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다른 공공 기여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추진위원장은 “공간 효율성이 가장 높고 통풍과 일조권이 좋은 게 성냥갑 모양”이라며 “겉으로 멋진 건물은 보기에는 좋지만 살기에는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조성근/문혜정 기자 truth@hankyung.com■ 특별건축구역

개성 있고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구역이다. 건폐율 일조권 등 관계법령상의 일부 건축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통합 적용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아파트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한 사례는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