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센 反日시위…경제전쟁 번지나

센카쿠 영토분쟁 격화

80개 도시로 급속 확산
파나소닉·도요타 등 日기업 공장·대리점 습격

中해군도 무력시위
베이징(北京) 시내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북동쪽으로 10여㎞ 떨어진 양마차오(亮馬橋) 거리는 16일에도 일반인들의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전날 1000여명의 중국인 시위대가 이곳에 있는 주중 일본대사관에 몰려들어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중국 공안은 아예 거리를 봉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일감정이 격화되면서 중국인 시위대들이 일본 공장과 가게를 부수고,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영토분쟁이 경제전쟁으로 확산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본에 대해 경제 제재 등 더 강경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며 가세하고 있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57개 도시에서 최대 8만명이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항의하는 반일시위를 벌였다. 16일에는 80여개 도시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지통신은 이날 시위에도 8만여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인 시위대는 칭다오(靑島)와 쑤저우(蘇州)에 있는 일본 파나소닉그룹의 전자부품 공장에 난입해 생산라인을 파손시켰다. 칭다오에 있는 도요타 판매점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다수의 차량이 파손됐다. 칭다오에 있는 일본 유통업체 ‘자스코 이오지마’도 습격을 받아 상품 24억엔(약 340억원)어치 가운데 절반 정도가 불에 타거나 약탈당했다. 광둥(廣東)과 쑤저우에서는 일본계 음식점과 백화점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주중 대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에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안전 확보를 요구했다. 일부 일본계 음식점과 유통업체 등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일본어 간판을 내리고 중국 국기를 내걸기도 했다.중국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가 경제적 제재를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의 진보쑹 연구원은 “일본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제재조치가 시행되면 일본의 타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전체 수출물량 중 20.6%를 중국에 수출했다. 한편 중국 해군은 센카쿠열도 해역 인근에서 미사일 40여기를 발사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