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서산 드림'

2500억 투자 공장 준공…"2020년 車배터리 세계 톱"

전극·셀·팩 일괄 생산
獨 콘티넨탈과 협력 강화

서산-대전-증평 연계 '2차전지 삼각 벨트' 구축
“모든 자동차가 우리 밧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 밧데리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대전 글로벌테크놀로지를 방문해 직접 남긴 글이 충남 서산으로 옮겨왔다. 당시 배터리 연구 인력의 명함 위에 쓴 이 문구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 공장 전지동 3층 복도에 걸려 있다. SK이노베이션이 18일 서산 배터리공장 준공식을 갖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해온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2020년 배터리 세계 1위’라는 새 목표를 제시했다. SK는 삼성SDI, LG화학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과감한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
준공식엔 최 부회장과 김신배 SK 부회장, 김재열 SK 부회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SK 관계자와 사비어 푸욜 콘티넨탈 수석 부사장, 협력사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2500억원을 투자한 서산 배터리 공장은 23만1000㎡(7만평) 부지에 연면적 5만3508㎡(1만5000평) 규모로 자리잡았다.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전극, 셀, 팩을 일관 양산하는 체계다.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극 800㎿h, 조립 200㎿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내년엔 2배로 생산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최 부회장은 “SK는 1996년 배터리 기반기술을 확보했고 2007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왔다”며 “합작으로 우리 셀 기술력과 콘티넨탈의 자동차 전장부품 기술이 합쳐져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경쟁이 치열해 잠시라도 연구개발을 게을리하거나 적시에 투자하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며 “아낌없는 투자로 2020년에는 세계 1위 목표를 달성해 배터리 사업이 한국의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공장 준공으로 연구개발 중심인 대전과 분리막 등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충북 증평의 배터리 삼각 벨트를 구축했다. 올해 독일 자동차부품회사인 콘티넨탈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 짓고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구자영 사장은 “서산 공장 가동으로 지금까지 접근이 어려웠던 글로벌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회사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여기서 양산한 시제품을 평가받아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메이저 OEM 10개사와 16개 프로젝트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은 “2015년 3GWh까지 생산을 늘릴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서산 공장 증설을 포함, 해외 생산기지 건설과 관련해 콘티넨탈과 의논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기아의 레이 전기차와 독일 다임러 그룹의 미쓰비시 후소사의 하이브리드 소형트럭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2013년엔 고급스포츠카 AMG e-SLS에, 2014년엔 전기차 쏘울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문석 배터리 전략기획팀 팀장은 “에너지 밀도 175Wh/㎏, 출력 밀도 5000W/㎏으로 셀 기술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차세대 기술 개발과 더불어 2015년엔 ㎾h당 350달러, 2020년엔 250달러로 가솔린 차량과 비슷할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