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지 "로봇용 정밀 모터로 세계 공략"

제품 경량화 추세 따라 감속 제어장치 수요 급증
작년 수출 546억원 달성
모터업체 에스피지(사장 여영길·사진)는 지난해 로봇 관절부위를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정밀 스마트형 모터 감속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수술용 로봇,외계탐사 로봇 등의 관절을 움직일 때 모터의 속도를 줄이는데 쓰이며 지금까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이뿐만 아니다. 이 회사는 산업용 로봇 등에 쓰이는 정밀 감속기도 상용화했다. 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아예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에스피지가 고부가가치 첨단 모터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여영길 에스피지 사장(49)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의 생산 비중을 대폭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엔 녹즙기, 냉장고의 얼음분쇄기, 정수기 등 저부가가치 제품에 사용되는 모터 개발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많은 제품들이 소형화·경량화되면서 정밀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모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맞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겨 ‘제2도약’에 나선다는 게 에스피지의 전략이다.

19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무거운 것을 운반하거나 들어 올리는 데 활용되는 정밀 제어용 기어드 모터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 분야 내수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970억원. 여 사장은 창업 멤버 중 한 명으로 기술 연구소장, 공장장, 상무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 7월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오너인 이호준 사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여 사장은 “CEO 자리에 오르고 나니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10년 앞을 내다보고 사업 계획을 구상하게 됐다”며 “미래 성장사업에 쓰일 모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50억~6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효자 품목인 자동판매기 모터의 생산 비중을 대폭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과감히 정리한 것. 그는 대신 고효율에너지 모터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에스피지는 한양대, 전기연구원 등과 손잡고 다양한 고효율 모터를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중소형 유도전동기는 발열이 적고 열효율이 2%가량 높다. 그는 “1%의 효율만 높여도 발전소 하나를 덜 지어도 될 만큼 효과가 크다”며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고효율에너지 모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 사장은 부가가치 높은 품목을 들고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 북미 최고 안전규격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y)로부터 최고 단계인 ‘TCP(Total Certification Program) 시험소’ 인증을 받았다. 북미 수출 시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수출액은 546억원에 달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