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사건 단골 등장 '운전기사를 조심하라' 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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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i-Fi“이번에도 운전기사?” 기업인 진모씨가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수천만원을 전달한 혐의와 관련,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한 사람이 진씨의 전직 운전기사로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현영희·최시중 등 돈 전달 의혹 상세 파악
제보하거나 결정적 진술
최근 터져나왔던 수뢰 의혹 사건에 운전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진씨는 18일 “전직 운전기사 고모씨가 돈을 받아낼 목적으로 한 달가량 협박하다 뜻이 이뤄지지 않자 선관위에 거짓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현 무소속)이 공천 대가로 현기환 전 의원에게 돈을 준 의혹을 선관위에 제보한 사람도 현 의원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였다.
이 운전기사는 총선 예비후보 때부터 일을 도왔으나 4급 보좌관 자리를 주지 않자 음해한 것이라고 현 의원은 주장했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4·11 총선에서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박 의원 측과 운전기사는 순수한 퇴직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운전기사가 등장했다.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브로커 이동율 씨의 운전기사가 돈다발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이씨를 협박해 94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스트 박태규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것도 박씨의 운전기사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5월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중국 밀항 시도 당시 경찰이 미리 알고 잠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계획을 알고 있던 운전기사의 진술 때문이었다.
지난해 3월 세무조사 무마 등의 청탁 대가로 조선기자재 생산업체 A대표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공판 땐 천 회장과 A대표의 운전기사가 돈이 담긴 쇼핑백을 주고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돈 수뢰 사건에 운전기사가 단골로 나오는 것은 그들이 모시는 사람의 동선을 속속들이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운전기사 조심하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